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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Oct 06. 2021

놀이터에 대하여

삭막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소란스런 위안

새로 이사한 집은 놀이터가 바로 옆에 있다.

최근 아이들이 노는 소리에 눈 뜨는 일이 잦다.

자지러지는 듯한 웃음 소리가 햇살에 뒤엉켜 내 침실로 들어오는게 마냥 싫지만은 않다.

얼마만에 겪는 요란함인지.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지만 나는 아이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당연히 나가 놀아야 하는 존재들은 각자의 공간에 갇혀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는,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차단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보다 경계와 혐오가 당연할 이 시대의 아이들.

친구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이 입학식을 치른 조카를 보며 왠지 모를 안쓰러움을 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거다.


그래서 놀이터란 존재가 더욱 반갑다.

아이들의 고함 소리와 요란한 생명력이 끊이지 않는 공간.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뒤엉킨 즐거움은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다.

그게 삭막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소란스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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