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옹알이 Oct 12. 2021

낙엽에 대하여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문장이 화려하지만 마음 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저자의 슬픔과 고뇌와 외로움을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지금의 나에게는 오히려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채 있는 힘껏 팔랑거리며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저 존재가 더 안쓰럽다.

저 존재는 떨어지는 두려움과 찬란히 빛던 순간이 져버린 슬픔을 느끼지 못할텐데.

어째서 내가 두렵고 슬픈 것일까.


맨 다리에 스치는 바람과 한기가 계절이 또 바뀌었음을 알려준다.

계절이란 서서히 오기 마련인데 어째서인지 가을은 늘 내게 손바닥 뒤집 듯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이별이 손바닥 뒤집 듯 찾아온 그 날 처럼, 울다 자지러지고 쓰려졌다 일으켜지길 반복했던 그 계절.

나의 유한한 슬픔은 아직 그 시절에 머물러있건만 위대하고도 무한한 자연은 그런 작은 에 의연치 않는다.

언제나처럼 제 할일을 할 뿐 일일이 다독여주지 않는다.

잔인함과 덧없음은 나에게만 해당다.

그러니 저 존재가 두렵거나 슬프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가 두렵고 슬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복되는 이 계절 아름다움을 서서히 느 날이 올까.

공허하고 진득한 그리움보다 낯선 상쾌함이 내 볼에 먼저 닿 날이 올까.

찬란히 빛나다 져버엽이 더 이상 안쓰럽지 않은 날이 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놀이터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