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일탈
지나가다, 아파트 자전거 거치대에 묶여 있는 아들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싶었다.
며칠 전, 아들이 무단 지각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담임이 전화를 했다.
아무리 내맘 나도 모르는 사춘기지만 무단지각을 이해해줄 순 없었다.
게다가 아들이 집에서 일찍 등교했기 때문에 더 괘씸했다.
지각도 지각이지만, 등교할 때 위험하니 자전거 타지 말라 당부했건만.
귀가한 아들을 붙잡고 지각한 이유를 물었다.
"자전거 타고 학교 가는데 하늘이 너무 파랐잖아.
그래서 학교 가기 싫어졌어.
자전거 타고 노느라 좀 늦었는데,
그게 이렇게 혼날 만큼 큰 일인가?"
세상이 뒤집힐 정도로 큰 일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앞으로 더 큰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도 고등학생 때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려볼까 생각한 적이 많다.
그렇지만, 한번도 실행하진 않았다.
연탄가스를 마셔도 등교해야 한다고 생각한 범생이였으니까.
내 뱃속에서 저런 아들이 나왔다는 게 이해 안 될 뿐이다.
아들에게 지각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보다 왜 지각하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기가 더 어려웠다.
"사람은 말이야,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야.
학생이 학교 가는 일이 그런 거야... ..."
식상한 조언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하니 아들 귀에 딱지가 앉았을 게다.
아들의 4차원 정신세계를 3차원으로 돌릴 획기적인 조언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