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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Feb 18. 2024

부자 남자 길들이기

Entj 결혼생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도덕적, 법적 규범을 위반하지 않는 내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란 여자. 결혼을 하기 전에는 늘 그렇듯 경주마처럼 혼자 신나게 달리면 됐는데, 결혼하고 보니 나 혼자 달리기보다는 함께 달리는 것이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듯했다.


돈을 모으는 것도 혼자 모을 때 최대 300만 원이라면, 둘이 모으면 그 2배인 600만 원이고, 2개월을 모았을 때 600만 원인 것과 1,200만 원인 것은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6개월만 지나도 1,800만 원 vs 3,6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6개월만 모으면 차 한 대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거다. 잘 달리는 말 뒤에서 바람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경주마는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빠르게 목표선까지 갈 수 있는 거다.


난 신혼 초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남편을 돈 모으는 쪽으로 편입시키고 싶었는데,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그의 인생 가치관이 내 단순한 설득으로 쉬이 무너질 리 없었다.


물론 이런 가치관이 나랑은 다르지만 또 마냥 틀린 것도 아니었다. 옛날처럼 한 푼 두 푼 모은다고 집 살 수 있는 시대도 아니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에 자린고비처럼 돈만 모으는 것도 옳다고 볼 수는 없으니.


그래도 사업을 당장 시작해서 부를 쌓을 것이 아니라면 투자를 하든 저축을 하든 목돈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휴,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따르게 만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티끌 모아 티끌인지 태산인지 내가 실행해서 눈앞에 보여주는 거다. 좋아, 해보는 거야!!


난 혼자서 묵묵히 월급의 90%가량을 매월 모았다. 10개월이 지나자 결혼 전 모았던 돈과 합치니 한 5,800만 원 정도가 되었다. 당시 중국 본토 펀드인가 적립식 펀드에 돈을 넣고 있었는데, 부모님께 전화해서 펀드를 깨 차를 사겠다고 통보를 했다. 부모님은 대출금도 있으면서 차가 웬 말이냐며,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들의 도움을 절대 받을 수 없을 거라고 강경한 어조로 만류했지만, 한 번 결심한 나를 꺾을 수는 없었다.


난 더 빨리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남편이 필요했고, 그런 남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일종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한텀 숨 고르기를 하는 거라고나 할까. 근데 부모님께는 이렇게 말하면 남편을 안 좋게 볼 수 있으니 그렇게 할 순 없고, 내가 필요해서 차를 사야겠다고 하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그렇게 펀드를 깨어 5,800만 원을 들고 옷을 빼입고, 주말에 홀로 집을 나서려고 하니, 남편이


"그렇게 빼입고 어디가?"

"... 아우디 한 대 뽑으러 가~오빠도 같이 갈래?"

"우리 돈 있어?? 무슨 돈으로??"

"결혼 전에 매달 모은 거랑 10개월 동안 매월 모으니까 5,800만 원 되더라고."

"진짜야 아~~~?!!!"

"티끌이 금방 5천만 원 되던데~"


차라면 환장하는 남편이 아우디 사러 간다고 하니 10개월 동안 지옥 같은 회사에서 주 6일 일해 썩어가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가 차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뭐 사지?"

"나 사고 싶은 차 있어. 인피니티 xxx.. 왜냐면 우리 처지에 bmw나 아우디사면 장모님이 우리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너무 허세 부리지 않으면서도 무난한 그런 차가 갖고 싶어."

"엄마 걱정은 마~ 내가 미리 말해놨어."

"아니야~ 첫 차는 이 정도로 충분해."

"그래 그럼. 그거 사자!"


그렇게 8년 전 첫 차를 올 현금으로 한 대 뽑았다. 여전히 대출은 1억이지만. 남편은 깜깜한 앞날에 미래와 희망이 안 보였는데 차를 사니 더 열심히 살고 싶어 졌다고, 일이 갑자기 하나도 안 힘들고 매일매일 차 타고 일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한바탕 난리가 났던 부모님도. 한 달 뒤 중국 펀드가 반토막이 나면서(사드 이슈였는지 기억이 가물;;), 엄마 지인들 가운데 돈을 건진 사람은 나뿐인 상황이 되었다. 거기다 외제차까지 뽑았으니... 갑자기 난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 됐고, 앞으로도 그렇게 결단력 있게 살길 바란다는 지지와 응원을 받게 되었다.


차를 하나 사주고 나니, 그전에는 내게 돈을 안 내놓으려고, 편의점 과자나 아이스크림 사 먹고 싶어 환장하던 사람이 매월 꼬박꼬박 목표금액을 주었다. 난 일정 금액이 모이면 모은 금액을 공유하고, 그 대가로 남편에게 명품시계와 지갑 등을 사주며 적절한 보상을 줬다. 월 단위로 보면 큰 금액이지만 모은 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다. 남편은 그렇게 점차 내게 길들여졌다. 후후, 5,800만 원 투자는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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