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갑자기 팀 내 과차장급 4명이 팀즈로 소집되었다.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 보니 팀장님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준비해 온 내용을 읽기 시작하는데...
"최근 당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자 조직 규모를 축소, 개편.. 블라블라.. 지금 소집된 4명은 희망퇴직 대상자이며, 희망퇴직 인원은 2명입니다. 희망퇴직 금액은 개별로 공유드릴 테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고민해 보시고 희망퇴직을 원하시는 분은 신청하시면 됩니다."
보통 다른 회사들은 입사 10년 이상된 직원이나 45세 이상이나 뭐 이런 조건들이 있던데, 고작 3년 다닌 내가, 마흔도 안된 내가, 왜 대상자지??ㅜㅜ
우리 회사는 작년부터 꾸준히 희망퇴직이 있어왔지만, 막상 내가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니 정말 기분이 별로였다. 뭐랄까, 당해본 적은 없지만 잘 사귀고 있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느낌? 아니면 갑자기 밥 잘 먹고 있는데 누가 밥상을 걷어차버린, 그런 느낌? 휴...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친구에게 용한 점쟁이를 소개받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말에 바로 예약을 잡았다. 난 자는 둥 마는 둥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주말이 되자마자 점쟁이한테 달려가 사주를 봤다.
점쟁이 왈, 올해 초반까지는 힘들었는데 하반기 걱정하던 일이 사리지고,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걱정할 것이 없고 내가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는 것.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뿜뿜 솟으면서 '그래, 대상자라고 하지만 난 아닐 거야~'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단단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월요일 당일이 되었고, 난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일에 집중했다. 오전 11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팀장님이 카톡으로 날 호출했고,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나'와 같이 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최후통첩을 하셨다.
"네?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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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도 생각하는 거지만, 그때 점을 보길 정말 잘했다고 느끼는 게,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그렇게 놀라거나 하질 않고, 묘하게 침착했고, 팀장님과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더 침착해지더라~
"팀장님이 그렇게 판단하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난 이렇게 질문을 던졌고, 팀장님은 그때 한 3가지 이유를 드셨던 거 같다. 난 조목조목 그 모든 것에 대해 적절한 반박(?)을 했고, 결론적으로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게 좋은 거냐고 질문한다면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내가 그때 당시가 퇴사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거고, 내가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적절하게 어필해서 남은 2개 자리 중에 하나를 쟁취했다는 거다.
내가 왜 그때가 퇴사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어떻게 팀장을 설득했는지는 다음번에 글로 남겨볼 예정이다.
언제부터 희망퇴직이 이렇게 난무하는 세상이 됐는지.. 정말 말세다 말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