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발견한 날

열다섯 번째 편지

by 아기도토리


어느 날 책장을 정리하던 중에 빛바랜 앨범을 발견했어. 오랫동안 꺼내지 않아 케케묵은 앨범은 테두리가 금빛으로 장식되어 있었어. 손으로 먼지를 털어 내고, 물기를 꼭 짠 행주로 표면을 닦았어.

둥그런 표지 사진에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멋스러운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란히 서 있었어. 두툼한 표지를 넘기자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가 보였어. 이 오래된 사진첩이 바로 부모님의 결혼 앨범이었던 거야.

사진 속의 젊은 부부는 무척 행복해 보였어. 두 사람이 함께할 앞으로의 날들을 그리고 있던 걸까. 따스한 햇볕 속에서 두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지.

다정하게 앉은 남자와 여자. 아름다운 드레스. 장미, 튤립, 풍성한 안개꽃으로 만든 부케. 상냥한 미소.



있지, 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곤 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둘만이 공유하던 기쁨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 아버지에게도 건강했던 때가 있었을까. 두 사람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푸르른 녹음에 달짝지근한 햇살이 녹아드는 봄. 엄마와 아빠는 행복할 줄 알았을까. 아빠가 아프지도 않고 엄마가 약을 먹지도 않고, 세상일에 힘들이지 않고 두런두런 즐겁게 살 줄 알았을까. 두 사람의 앞길에 분홍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그 어떤 시련이라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환하게 웃는 여자와 남자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앨범을 덮은 뒤 책장에 넣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