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편지_과거의 이야기
이맘때가 되면 아저씨 생각이 나곤 해. 앤, 저번에 꽃다발을 가져다준 아저씨 기억나? 오늘은 그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아버지가 아프지 않았을 때만 해도 아버지는 아저씨와 종종 술을 마시곤 했어. 아버지는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아저씨와는 어울리곤 했지.
양꼬치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식탁 위에서 아버지와 아저씨는 재미있지도 않은 일상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
“네가 피아노를 잘 친다며. 어디 한번 내가 좋아하는 노래 좀 들어 봐라.”
향신료가 잔뜩 들어가 알싸한 고기를 입에 넣는데 아저씨가 말했어. 아저씨는 등산복 안주머니에서 휴대용 오디오를 꺼내더니,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음악을 한 곡 틀었지.
“몇 분의 몇 박자인지 알겠니?“
아저씨가 물었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피아노의 음색이 맑은 호수처럼 아름다웠어.
“4분의 3박자예요.”
나는 말했어. 아저씨는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기 시작했지.
“역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다르긴 달라. 듣기만 해도 몇 분의 몇 박자인지 맞힌다니까.”
아저씨는 말을 마치고 술 한잔을 죽 들이켰어. 평소와 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저씨 옆에서 아버지도 껄껄 웃고 있었어.
“이거, 가져가려무나.”
“이게 뭐예요?”
“집에 가서 열어 봐. 아직은 비밀이니까.”
아저씨는 나에게 조그만 상자를 건넸어. 손바닥 크기 정도 되는 작은 선물 상자는 옆면이 납작했고 포장이 엉성했지. 두툼한 손가락으로 어물어물 상자를 포장하는 아저씨를, 나는 떠올려 보았어.
아저씨는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
“생일인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테니 어서 가 봐. 나는 네 아빠랑 좀 더 마시다 갈게.”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서 나는 맨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창문을 조금 열었어.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포장지를 풀었어. 손재주 없는 사람이 포장한 것처럼 포장지에는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었지.
상자를 열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던 최신형 MP3가 나왔어. 버스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캄캄한 밤하늘과 도시의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았어. 여전히 쌀쌀했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 열린 창으로 불어 들어왔어.
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생일날이면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곤 해.
양꼬치 가게의 짭조름한 향과, 아저씨와 아버지가 둘러앉아 껄껄 웃던 모습. 그리고 엉성하게 포장한 선물 상자와 MP3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