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편지
동사무소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 의자에 앉았어.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와 배가 불룩 나온 아저씨, 털모자를 쓴 할머니와 아주머니, 그리고 아기를 꼭 안고 있는 젊은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어.
“아기가 정말 귀엽네.”
할머니가 말했어. 아기는 여자의 품에서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어.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제 막 아홉 달을 지났어요.”
“그러면은 말도 조금 하겠네.”
아주머니는 아기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어루만졌어. 혹여나 부러질까 상처 입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레. 번호가 불리자 여자가 고개를 들었어.
“내가 아기 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할머니가 말했어. 하지만 여자는 눈주름을 깊게 팬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어.
“괜찮아요.“
여자는 아기를 유아차에 태우고 창구로 갔어. 나는 가만히 앉아 여자의 등을 쳐다보았어.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여자는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어.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붐빈 시장을 지났어. 빨갛게 익은 사과와 바구니에 담긴 딸기를 팔고, 우유와 달걀과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들을 지났어. 하늘은 말갛고 이파리는 푸르고, 사람들은 생생하게 숨을 쉬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
나는 여자의 아픔을 헤아려 보았어. 아기가 태어나던 날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생명을 축복하던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어. 단란한 주방,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가족의 모습. 오렌지빛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단정한 거실. 품에 안긴 아기가 웃을 때마다 행복해하던 어느 이름 모를 부부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