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를 한 날

열네 번째 편지

by 아기도토리

초등학생 시절, 나는 늘 해맑게 웃는 아이였어. 무엇이든 잘하고 남을 도울 줄 알고,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였지. 어른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하곤 했어. 훌륭하고 올바른 어른이 될 거라고.


“잘 지내?”


며칠 전. 그즈음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만난 적은 없었어. 다른 친구에게 들어 알게 된 사실은, 아이는 나를 무척 그리워했다는 것. 나보다 먼저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 좋은 성적을 받아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다녀왔다는 것.

나는 친구와 함께했던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어. 우리는 수업을 들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언제나 함께였어. 하교할 때마다 친구는 자전거를 끌고 내 옆에서 걷곤 했어. 친구는 공부를 잘했고 그만큼 사람 대하는 걸 어려워했지.


“이번에는 꼭 만나고 싶어. 괜찮은 날 알려줄래?”


친구가 물었어. 나는 잠시 망설였어.


“몸이 안 좋아서 못 만날 것 같아.”

“많이 아픈 거야? 괜찮아?”


친구가 멋있어진 만큼 나는 초라해졌어. 무엇이든 잘하던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남을 도울 줄 알던 나는 내 문제에만 급급해서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릴 겨를이 없었어. 그리고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예전과 같은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어.

훌륭한 사람. 올바른 어른. 그런 것은 이미 나와는 먼 존재가 되어 버렸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진다는 말이 정말이었을까. 나는 물에 젖은 종이처럼 나 자신마저 돌볼 수 없는 초라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

친구가 부러웠어. 점차 행복해지는 삶이 부러웠어. 나의 삶은 하행선을 그렸어.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응. 미안. 다음에 만나자.”


나는 대답하고서 수화기를 내려놓았어.

얇은 실이 끊어지듯이,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저물어버렸지.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친구가 그리워졌어. 그 후로도 줄곧 친구는 나에게 안부를 물었고, 내가 거절하든 승낙하든 상관하지 않고 나를 걱정해주곤 했어.

많이 아프냐고 물으며 새해 인사를 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그리웠어. 언제 시간 돼? 하고 물으며 다정하게 웃던 친구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었어.


「오랜만에 만나지 않을래?」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아른 흩어지는 것 같았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첩을 뒤적거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 신호음 너머로, 없는 번호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