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편지
어느 오후. 설거지를 마치고 손을 씻는데 따끔따끔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보았어. 아니나 다를까 갈라진 손끝에 새빨간 피가 송골송골 맺혀 있었어.
“언제 다친 거지?”
상처를 흐르는 물에 헹구고 물기를 닦은 뒤, 나는 화장실을 나섰어.
손가락이 갈라지고 나서야 알게 된 두 가지 사실. 상처는 잘 아물지 않는다는 것. 손끝에 생긴 조그만 상처는 생각보다 더 성가신 존재라는 것. 어렸을 땐 몰랐던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기분이었어.
상처 부위를 빨간 약으로 소독한 뒤에 하얀 약을 문질러 발랐어. 이 작은 상처가 뭐라고 그렇게 따갑고 아픈지. 약을 바른 생채기에 침착하게 반창고를 붙였어.
언젠가 약국에서 샀던, 귀여운 펭귄이 방긋 웃고 있는 반창고. 해맑게 웃는 펭귄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어.
책장에서 책을 꺼낼 때도, 주전자에서 따끈한 차를 내릴 때도, 촉촉이 젖은 빨래를 건조대에 널 때도 어쩐지 손가락이 신경 쓰였어. 그저 작은 상처일 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손을 씻을 때마다 반창고가 너덜너덜해지는 게 어찌나 불편한지.
“습진인 거 아니야?”
그날 밤, 언니가 물었어. 언니도 나도 펭귄을 바라보았어.
“응. 그런 것 같아.”
언니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
“크림을 잘 바르고 물기를 잘 건조해야 해.”
“응,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겠어.”
반창고에 그려진 귀여운 펭귄을 한 마리 두 마리 세어보다 나는 언니를 바라보았어.
“한번 생긴 상처는 잘 아물지 않네.”
“그렇지만 언젠가는 말끔하게 나을 거야.”
“정말?”
내가 묻자 언니가 빙그레 웃었어.
“그럼. 열심히 약을 바르고 시간이 흐르면 깨끗하게 나을 거야.”
나는 언니를 바라보며 웃었어. 언니도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