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친해진 날

열여덟 번째 편지

by 아기도토리


어느 저녁. 큰길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 저녁 장거리가 담긴 봉투를 양손에 나눠 들고 보도 앞에 섰어. 쌩쌩 지나가는 버스와 자동차들. 일렁이는 하얀 불빛. 재잘거리는 사람들 소리.

여느 때의 복작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마침 신호등 옆 길가에 선 타코야키 트럭이 보였어.

빨갛고 동그란 등을 조르르 단 타코야키 트럭. 짭조름하고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트럭 앞으로 다가가자, 타코야키를 휘휘 돌리며 굽는 아저씨가 보였어. 조그맣고 동그란 문어 과자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을 보다, 나는 아저씨에게 말했어.


“한 상자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저씨는 잘 익은 문어 과자를 네모난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어. 소스를 뿌리고 얇게 저민 가다랑어포를 솔솔 얹은 뒤, 뚜껑을 닫아 나에게 건넸어.


“맛있게 드세요!”


타코야키가 든 봉투를 들고서, 마침 파란불로 바뀐 보도를 건너고, 줄줄이 늘어선 주택가를 지나 강변을 조금 걸었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초저녁의 햇살이 녹아든 맑은 강가에 바르르 떨리는 하얀 물결이 넘실거렸어. 오리들이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지.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하얗고 북실북실한 털을 가진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내게 다가왔어. 헥헥거리며 동동 걸어오는 모습이 무척 귀여운 강아지였어. 문어 과자의 맛있는 냄새를 맡고 온 걸까. 음식 때문이 아니라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온 거라면 좋을 텐데.

강아지는 내 발치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았어. 그리고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그쪽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어. 강아지 뒤에 키가 아담한 여자가 서 있었어. 여자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은 채 날 보며 방긋 웃더니 내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지.


“맛있는 냄새 때문일 거예요. 조금 전에 문어 과자를 샀거든요. 여기, 이 봉투.”


나는 말했어. 여자는 후후 소리를 내어 웃었어.


“그것도 그렇네요.”


내가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여자가 불쑥 물었어.


“강아지, 좋아하세요?”

“좋아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고, 여자는 아름답게 지는 저녁놀에 눈을 고정한 채였지.


“오늘은 날이 맑아서 산책하기 좋아 다행이에요.”

우리 곁으로 사람들 무리가 지나갔어. 이름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사람들. 여자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


“쓰다듬어 볼래요?”


나는 머뭇머뭇 강아지의 머리에 손을 뻗었어. 강아지는 날 처음 봤음에도 내가 쓰다듬을 수 있도록 느긋하게 기다려주었어. 강아지의 머리에 조심스레 손을 얹자 보드랍고 푹신한 하얀 털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혔어.


“아. 부드럽다.”


나는 여자를 바라보며 웃었어.

밤이 오는지 하늘이 파르스름한 빛으로 물들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자의 앞머리가 살랑거렸어.


“이제 가봐야겠다.”


여자가 일어나면서 말했어.


“안녕히 가세요.”


나는 여자와 강아지에게 손을 흔들었어. 강아지는 왕왕 울었고, 여자는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