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청안 에세이작가 Mar 20. 2020

코로나-19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

전 국민이 마스크를 벗는 날!    나의  '탈 코로나 위시 리스트'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올해 2월까지 매우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몇 달간 오로지 책 쓰는 것에 몰입해 살았고(책은 4월 말 혹은 5월 초 출간될 것 같아요^^) 작년 연말에는 회사 일도 몰려서 가뜩이나 약한 체력의 한계를 통렬하게 경험해야 했다. 물론 결과는 입원으로까지 이어졌고 여전히 예후는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고를 마무리하기 시작한 1월 즈음부터 결심했었다. '꽃피는 봄이 되면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놀아드리리.' 그동안 회사와 집 외에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고, 먹고살기 위한 행위와 창작을 위한 행위 외의 별도 유희를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봄이 오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랐는데, 그 언젠가보다 봄을 기다렸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꽃들은 이미 활짝 웃을 준비를 마쳤는데, 우리는 꽃을 볼 여유도 꽃을 보며 서로를 바라볼 미소도 준비하지 못했다. 여유도 미소도 모두 마스크에 가려졌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고, 웃는 얼굴은 더욱더 잘 가려진다. 봄은 사람들의 옷이 밝아질 때, 얼굴이 밝아질 때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공포와 두려움과 외로움, 불신과 상처와 고통이 우리 곁을 맴돈다. 요즘 우리에게 봄은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나는 봄을 잃었다. 아니 거의 빼앗겼다. 


온전히 빼앗겨야,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없었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그것의 가치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아마 요즘 많은 사람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일상의 소중함'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해보았다. 이렇게 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더욱 행복하게 더욱 나답게 내가 무엇을 원했었는지 상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작성한 리스트의 이름은 이름하여 '탈 코로나 위시 리스트' -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벗어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 * 리스트의 순서는 처음 휴대폰 메모장에 작성할 때부터의 순서 그대로이며, 앞에 있다고 중요하고 뒤에 있다고 덜 중요한 것은 아니어요. 실제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12번 26번 27번 고기 먹기예요!))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


1. 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기 

2. 꽃구경하러 가기  

3. 제주도 놀러 가기 

4. 노천 온천 가기 

5.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읽기 

   (다섯 권 정도 싸들고 가서 계속 공상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놀이)

6. 미용실에 간다.

7. 영화를 보러 간다.

   (원래 호러영화를 안 보는데, 소리 지르고 싶으니 호러를 본다.)

8.  연애를 한다. 일단 소개팅부터 한다. 

9. 다이어트를 한다. 

10. 소품 공예를 배운다. 아니, 배우는 것을 알아본다. 

11. 가고 싶었던 전시회에 간다. 

12. 백부장집 닭한마리 먹으러 간다. 

13. 라이어 게임하기 

14. 승마 운동기구 체험 

15. 아로마 오일 마사지

16. 솜사탕을 사 먹는다.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스러운 곳에서)

17. 찜질방

18. 질릴 때까지 아이쇼핑을 한다. (사실 사고 싶은 것은 별로 없다.) 

19. 분위기 좋은 곳에서 칵테일을 조금 마신다. 

20. 아. ㅠ 기사를 봤는데 튤립축제 가고 싶다. 

21. 코인 노래방 

22. 치킨 맛집에서 흑 맥주 조금

23. 뮤지컬이나 연극 (완성도 높은 공연이나, '잭 더 리퍼'를 다시 보고 싶다.) 

24. 혹은 콘서트 

25. 부산과 포항에 간다. (현아와 지영이의 아기를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

26. 잘 구운 소고기 

27. 신설동 황박사 수원 왕갈비 

28. 영어 스터디 친구들 만나기 

29. 울륭이와 남자남자한 도하 만나기 

30. 이케아 가서 구경하기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어느덧 숫자 30이 되었다. 아마 이 리스트는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30개의 리스트 중에는 평소에 일상적으로 가능했으나 미루었던 것도 있었고 코로나-19가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로 작용하게끔 해 준 목록도 있다. 언젠가 전 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열렬히 전 세계를 여행하는 그때가 다시 도래할 것이다.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으로 조금은 위안이 된다. 갑갑한 마음이 아주 조금은 풀린다. (여러분들께서도 한 번씩 해보세요. 아주 조금은 지붕 뚫고 하이킥 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진정됩니다. 리스트 작성이 나를 헤아려보는 계기가 되긴 합니다.)


내일부터는 확진자 추세가 더 확연히 줄어들고 치료제 개발에도 폭발적인 진전이 있기를. 그리하여 코로나 피해가 최소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제나처럼 잘해왔듯이 지금의 위기 또한 합심해서 이겨내는 대한민국이기를. 우리들의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 순간도, 여전히 우리가 가꾸어 가야할 가치가 있다. 소중하다.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barcode=9791185257945




***  불면증 오디오클립 '책 읽다가 스르륵'을 연재 중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05








https://brunch.co.kr/@baby/36


https://brunch.co.kr/@baby/33


https://brunch.co.kr/@baby/26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