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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두리하나 May 03. 2016

다혜가 등원을 거부한다.

다섯 살 다혜 어린이집, 다혜가 힘들었구나.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딸아이의 마음을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 망설이다가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 어쩌면 저에 대한 반성이고 어쩌면 어느덧 성숙해서 속이 깊어진 다혜를 이해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한다.

좀 다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다혜, 그렇게 어린이집에 친구들과 잘 놀았던 다혜가 이번 어린이집에 등원을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아빠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혜는 친구를 좋아합니다. 키즈카페 가면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언니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무척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지난번 어린이집의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선생님 찾기도 하고 새로 다니는 어린이집에 새로 등원할 때 옛날 어린이집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옛날 어린이집을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한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그냥 그리워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돌아보면 그때 어린이집이 그리웠나 봅니다. 선생님도 그립고 친구들도 그리운 것 같습니다. 


가끔 친구 이야기를 하면 잘 몰라도 선생님 이야기를 꼭 했습니다. 다혜는 선생님이 무척 좋았나 봅니다.


그래서 5살밖에 안되는데 옛날 어린이집 이야기가 계속된 것 같습니다. 


완강한 등원 거부

이상한 것은 제가 한번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입구에서 정말 가기 싫다는 표정으로 등원을 거부했습니다. 보통 하기 싫은 것은 잘 아는데 이렇게 문밖에서 조차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을 보고는 억지로 달래서 넣어 주곤 했습니다. 


다혜 입장에서는 정말 등원하기 싫은 것을 아빠가 강제로 등원시킨 것으로 보여 질 겁니다. 

왜 그럴까. 이런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혜만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라면서 다혜의 이야기가 나중에 다혜에게 조금이나마 이런 이야기 들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글을 적는 겁니다. 다혜는 지금 어린이집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이면 어느 정도 관리가 되겠지만 다혜 입장에서는 처음 다니다가 없어진 어린이집에서는 참 잘 지낸 것 같습니다. 지금 어린이집은 조용하고 앉아 있어야 되고 또 선생님이 입구에서 맞아 주지 않고 안 들어오면 엄마랑 이야기하고 들어와하고 안에서 기다리는 이런 게 5살 다혜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같이 놀아 주고 또 선생님이 앉아 주고 또 잘하면 칭찬하고 이런데 익숙하다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친구 야단치는 게 무서워 

이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이 야단치는 게 무섭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녔습니다. 

엄마가 다혜 야단쳐도 무서워

아니 다혜가 잘못했으니깐 안 무서워


친구들을 야단치는 게 왜 무서울까? 생각했는데 5살 아이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예전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선생님께 혼날 때 생각하면 다혜는 일찍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의 두려움 처음 접하는 곳에서의 두렵지만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친구가 아닌 스승으로 육아가 아닌 교육으로 다가가는 게 힘든 것 같습니다.


보통 어린이집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같이 놀고 한데 다혜 반은 조용히 앉아 있는 분위기 같습니다. 다혜가 저를 닮았다면 그런 분위기가 싫었을 겁니다. 5살은 즐겁게 놀고 소리도 지르고 해야 되는데 어린이집마다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혜가 힘들었구나? 아빠가 이제 알았어 

월요일 다혜가 등원하지 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다혜 선생님께 알림장이 왔습니다.

그때 제가 알았습니다. 다혜의 마음을 늦게 나마 왜 다혜가 등원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알림장 내용

이 알림장을 보는 순간 다혜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여기 설명을 하지 않겠지만 각각 부모님들께서 다른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디 아픈가 가 먼저라 생각되는데 알림장은 결국 임시 공휴일 업무 때문에 보낸 거였습니다.


다혜에게 다른 이야기를 묻지 않고 오늘도 다혜가 등원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냥 데리고 있었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다혜 어디 아픈가요 아프면 약 먹고 나아서 빨리 보자는 정도라 생각됩니다. 이런 업무적인 메시지가 아니고요.


충분한 다혜가 요즘 왜 그런지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커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참 속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하고 다른데 다닐 거라는 등 표현을 했을 건데 다혜는 혼자 이겨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표현을 들어 보면 다혜는 작지만 직접 이야기를 하지 않다 보니 여러 이야기를 해서 그 마음을 이해를 했습니다. 혼자 힘들었구나 우리 다혜..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5살 다혜가 감당해야 된다는 법도 없어 그냥 다혜 편하게 두기로 했습니다. 친구를 좋아 하지만 그 친구가 있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고 문을 붙잡고 들어가기 싫다는 게 그냥 놀고 싶어서 하고 생각해 버린 게 아빠의 잘못이었습니다.


다혜는 그렇게 5살 속도 깊어지고 또 혼자 커가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요즘 늦게 들어가서 많이 미안했는데 어린이날 다혜 마음대로 놀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사랑한다 우리 딸 다혜,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빠가 미안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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