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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쿠킹클래스 체험기: 여기가 진짜 팟타이 맛집!

시장투어와 농장체험, 네 가지 태국요리까지 쉽게 완성하는 경험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계획하며, 이번 여행에서는 색다른 경험을 하나는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초반에는 푹 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요가와 수영을 하며 몸을 풀고, 책을 읽으며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졌다. 여행 막바지로 갈수록 이색 경험은 늘어났고 휴식뿐만 아니라 문화체험과 액티비티도 즐겼다. ‘사색형 밖순이(집보다는 밖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가봤자 카페에서 책 읽는 정도)’인 내가 한국에서라면 절대로 해보지 않았을 경험들이었다. 치앙마이에 있는 여러 개의 사원에 하나씩 방문해 보고, 때로는 코끼리 농장에서 동물과 교감하고, 타이거 킹덤에서 호랑이를 눈앞에서 마주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도 했다. 부아떵 폭포를 밧줄 하나에 의지해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나면, 다시 도시로 돌아와 현지 시장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았다. 그렇게 나는 치앙마이에서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 계획했던 것은 바로 치앙마이 쿠킹클래스에 참여해 보는 것이었다. 이 도시에서 맛본 음식들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팟타이의 고소하면서도 새콤한 맛,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부드러운 카오소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똠얌꿍까지—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원래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동안 치앙마이 쿠킹클래스를 신청했지만, 예상치 못한 홍수로 농장이 물에 잠기면서 쿠킹클래스가 취소되었다. 아쉬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뭐, 다음 기회에 하지' 정도로 넘겼다.


그런데 치앙마이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생각이 바뀌었다. 한입 한입이 너무 맛있어서 이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오소이는 한국에서 맛볼 기회가 잘 없을 것 같아 ‘이건 꼭 배워봐야 해!' 하는 강렬한 끌림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쿠킹클래스에 참가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반나절을 쏟아야 하는 체험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 쿠킹클래스에서 요리 후 먹는 음식들이 치앙마이 최고 맛집이에요.”라는 후기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단순히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식재료 설명을 곁들인 로컬마켓투어, 농장체험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지만, 어느새 이 도시는 내게 새로운 도전을 권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용기 내어 혼자서 다시 쿠킹클래스를 신청했다.


처음에 내가 선택한 업체는 ‘마마노이 쿠킹클래스’였는데,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에서 진행되는 클래스가 있다는 점과 한국인이 많이 없다는 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곳에서 다양한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는 경험도 좋았지만 외국인들과도 소통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에서 만나면 가장 반가운 것이 고국의 사람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내가 고국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은, 이 클래스는 홍수 복구에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려서 내가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에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나는 두 번째 후보였던 ‘그랜마즈 홈 쿠킹클래스(Grandma’s Home Cooking Class)’에 참여했다. 말 그대로 할머니집이 있을 법한 외곽 지역의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농장에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진행되는 클래스였다. 시간대에 따라 오전, 저녁, 일일 클래스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시장투어는 오전클래스에만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오전 클래스를 선택했다.


그랜마즈 홈 쿠킹클래스: 치앙마이의 따뜻한 요리 수업


픽업은 호텔 앞에서 밴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아침이 밝자, 호텔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픽업 밴이 보였다. 치앙마이의 쿠킹클래스들은 대부분 숙소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오늘도 내가 1번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머무는 커플 한 쌍이 차에 함께 탔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밴은 치앙마이 곳곳을 돌며 참가자들을 한 명씩 태웠고, 어느새 차 안은 여행자들의 설렘 가득한 대화로 가득 찼다. 한국인은 한국인을 알아본다.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한국인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팀은 방콕과 끄라비를 거쳐 치앙마이로 마무리하는 신혼여행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 바쁜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와 이모가 여행을 데려온 초등학생 친구 가족, 어머님과 두 딸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어머니와 딸, 며느리 조합이었던 가족, 세 명의 친구팀, 그리고 혼자인 나까지 모두 12명이 함께하는 클래스였다. 모두를 태운 밴은 그렇게 치앙마이 외곽인 사라피 지역으로 향했다.

머물고 있는 아파트 앞으로 데리러온 픽업밴


시장 투어부터 시작된 쿠킹클래스

그랜마즈 홈 쿠킹클래스의 수업은 단순히 조리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태국 요리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됐다.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우리는 먼저 현지 시장으로 향했다. 짜른짜른마켓(Charoen Charoen fresh market)이라는 시장은 규모는 크지 않았고 산티탐의 타닌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동네시장처럼 보였다. 우리말고도 여러 클래스의 팀들이 시장으로 모였다. 태국 요리에 쓰이는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아보는 시간이었다.

짜른 짜른 마켓 앞에서 시작되는 시장투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강사인 TOFFEE의 편안하면서도 열정적인 수업 방식이었다(처음엔 그의 이름이 커피인 줄 알았다). 토피는 귀여운 인상의 젊은 남성으로,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수업을 이끌었다. 그는 태국 요리를 처음 접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설명해 주었고, 간간이 한국어를 섞어가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태국의 소스들을 설명하면서 “고추장 고추장, 한국 사람들 매운 거 좋아해요”라며 익숙한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자, 참가자들은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 참가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 그런지, 강사는 한국 문화와 입맛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쌀가게에서 태국의 쌀들도 보여줬는데 동남아에서 흔히 먹는 길쭉한 안남미와 달리 치앙마이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쫀득하고 동그란 모양의 쌀을 쓰고, 찰밥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식당에 가면 스팀 라이스와 스티키 라이스가 있는데 스팀 라이스는 한국밥보다 다소 찰기는 없지만 한국밥과 비슷한 일반 밥이고, 스티키라이스는 쫀득한 찰밥을 말한다고 알려줬다.

시장 안의 쌀가게

토피는 시장 곳곳을 돌며 “이것이 카피르 라임 잎이에요. 태국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죠.”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고, 종종 퀴즈도 냈다. ”이건 무척 달달한 열매에서 나오는 크림인데 뭘까요? “라고 물어보면 다들 추측해서 답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무식한데 용감하기까지 한 나는 “pumkin?”이라고 답했더니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착한 토피는 단호박은 보통 노란색인데 우유처럼 하얀 크림을 보고도 그렇게 말하다니, 그가 들어본 답 중 가장 참신한 답이었다고 했다. 정답은 코코넛 크림이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코코넛 크림이 들어간 카레와 카오소이를 먹어놓고도 못 맞추다니. 그야말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다. 신선한 오답이라고 포장해 준 토피가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대학원 시절 수업을 들을 때도 나는 늘 자신 있게 오답을 내놓는 편이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 중 한 명은 “너는 정말 말이 척추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본인은 틀릴까 봐 그리하여 부끄러울까 봐 뭐든 코멘트가 조심스러운데 나는 교수님이 기가 차시건, 동료들이 웃건 간에 그냥 생각나는 말은 다 한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샐 리가 없다.

식료품 가게에서 재료 설명에 열정적이었던 강사, 토피

그렇게 나의 새는 바가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난 뒤에는 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여행 3주 차에 클래스를 듣다 보니 이미 여러 시장을 경험한 터라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재료가 하나하나 더 잘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또, 워낙에 쿠킹클래스에서 자주 들르는 마켓인지라 요리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소분해서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마트에서 보는 것처럼 포장이 화려한 패키지는 아니고 재료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지퍼백에 조금씩 소분해 1-2인분 요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이었다.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 과일을 사서 서로 조금씩 나눠먹기도 하며 즐겁게 시장을 둘러봤다. 마침 이 시장에 빠똥꼬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빠통고(빠떵꼬)는 치앙마이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꽈배기로 따뜻한 두유에 찍어 먹기도 하는 음식이다. 홍콩이나 대만에서 먹는 요우티아오와도 비슷한 생김새다. 나는 빠통고 한 컵과 따뜻하고 달지 않은 두유 한 컵을 주문해 찍어먹어 보았다. 달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든든한 식사가 되었다. 분명 그랜마즈홈 쿠킹클래스는 빈 속으로 가야 한다는 후기를 봤는데 시장에서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시장 구경하며 사먹은 망고스틴과 빠떵고, 두유


그랜마즈홈 쿠킹스쿨: 바람이 솔솔 부는 야외 공간, 넓은 정원이 있는 농장

시장을 둘러본 뒤, 우리는 쿠킹클래스가 열리는 농장으로 이동했다. 그랜마즈 홈 쿠킹스쿨은 치앙마이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부자 할머니가 태국에 생긴 기분이 들만큼 한적한 전원주택의 느낌이 강했다. 드넓은 정원에는 푸릇한 잔디 위로 자란 커다란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나무들 사이로 그네가 있었다. 한쪽에는 연못과 물레방아가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수업은 바람이 솔솔 부는 야외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따뜻한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어우러져 마치 한적한 시골집 마당에서 요리를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갔을 때는 기온이 선선해서 견딜만했는데 여름에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뜨거운 불 앞에서 꽤나 고생하는 것 같았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강사는 커다란 밀짚모자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머릿수건도 아니고 밀짚모자라니? 영문을 모르는 우리를 보며 토피는 웃음을 지었고 텃밭으로 이끌었다. 농장을 직접 탐방하며 태국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들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는 “이게 태국 바질이에요. 보통 우리가 아는 바질보다 더 강한 향이 나죠?”라며 하나하나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는 바질, 레몬그라스, 고수, 카피르 라임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비교적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는 나는 그간 치앙마이 음식에서 느껴지던 맛과 향이 각각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어서 좋았다. 멕시코 요리에서 먹던 고수향과 묘하게 다른 맛이 났던 태국 요리들은 결국 카피르 라임잎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버터플라이피 꽃을 직접 따서 색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열정적인 토피는 우리에게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버터플라이피는 동남아가 원산지로 차나 음료, 음식의 천연 색소로 널리 활용되는 꽃이다. 파란색 꽃잎을 직접 따서 손에 문지르더니 그 위로 라임즙을 뿌리면서 핑크빛이나 보랏빛처럼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던 다른 팀도 토피의 묘기에 관심을 보였고, 토피는 ”이쪽으로 와서 같이 보세요~! “하며 다른 팀에게도 그의 마법을 보여주었다.

파란 버터플라이 피 꽃을 문지른 뒤 라임즙을 뿌리면 보랏빛으로 변한다

원래는 닭장에서 달걀을 직접 보고 채집하는 체험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강사는 “최근 홍수로 인해 농장이 일부 복구 중이라, 오늘은 일부만 둘러볼 수 있어요.”라며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비록 모든 체험을 할 수는 없었지만, 넓은 농장을 거닐며 태국 요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었다.


요리수업 시작! 직접 만들어 본 태국 가정식

드디어 본격적인 요리 시간이 시작됐다. 사실 농장체험 전 각자 만들 요리를 선택하는 시간이 있었다. 웰컴 드링크는 타이밀크티와 버터플라이피 티, 레몬티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농장을 체험하고 돌아오니 목이 탔는데 시원한 웰컴드링크가 딱 조리대 위에 준비되어 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여러 번의 고객경험을 통해 치밀하고 섬세하게 계산된 과정이리라.

뜨거운 곳에서 돌아와 마신 타이밀크티! 최고의 맛이었다.

총 세 가지의 메인 메뉴를 만드는 데 수프와 커리메뉴는 각자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팟타이는 기본으로 코스에 들어가고, 망고 스티키 라이스는 디저트로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치킨이 들어간 코코넛 수프, 베지테리언 레드 커리, 그리고 새우 팟타이를 만들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는 도마와 칼, 절구, 가스버너와 냄비, 앞치마가 세팅되어 있었고 각 요리가 진행될 때마다 필요한 재료는 그때 그때 세팅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강사는 기본적인 재료 설명과 레시피는 동일하게 알려주되 “각자의 스타일대로 요리하면 돼요. 태국 요리는 유연하답니다!”라며 자유롭게 조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배운 대로 각각의 레시피를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앞치마를 착용하고 본격적인 요리수업이 진행되었다


1️⃣ 치킨 코코넛 수프 (Tom Kha Gai) 만들기

흔히 똠양꿍으로 알려진 똠양 수프라는 맵고 새콤한 버전의 수프 말고 코코넛 밀크의 부드러움과 레몬그라스의 상큼함이 어우러진 톰카가이(Tom Kha Gai)라는 태국식 코코넛 수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레몬그라스와 카피르 라임 잎, 갈랑갈(생강과 비슷한 뿌리채소)을 열심히 절구에 넣고 찧었다.

이후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향을 내기 위해 끓인 뒤 치킨을 넣어 천천히 익혔다.

피시소스와 라임즙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마지막으로 코코넛 밀크를 부어 부드러운 맛을 더하고, 고수와 버섯을 넣어 마무리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국물에 상큼한 라임 향이 감돌며, 한국에서 먹던 수프와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맛이 완성되었다.


2️⃣ 베지테리언 레드 커리 만들기

태국식 커리는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다. 커리메뉴는 그린 커리, 레드 커리, 카오소이, 빠냉커리 네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카오소이를 즐겨 먹지만 팟타이도 면 요리라 겹칠 것 같고 수프를 맵지 않은 코코넛수프를 택했기 때문에 커리는 조금 자극적인 레드 커리로 선택했다. 수프는 치킨으로, 팟타이는 새우로 만들기에, 야채로만 만드는 베지테리언 레드 커리를 선택했다.

팬에 코코넛 밀크를 넣고 절구로 열심히 찧은 레드 커리 페이스트를 풀어가며 볶아 향을 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가지, 단호박, 두부 등을 넣고 천천히 익히며, 피시소스 대신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바질과 고수를 넣어 향을 더해 마무리했다.

레드 커리는 보통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함께 요리되지만, 야채만 넣어도 충분히 깊은 맛이 났다. 밥이 함께 제공되어 곁들여 먹었다.


3️⃣ 새우 팟타이 만들기

가장 배우고 싶은 요리이자 태국 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요리 중 하나가 바로 팟타이였다.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달걀이 필수로 들어가는 요리라 일단 세팅부터가 너무 귀여웠다. 나는 새우가 들어가는 팟타이인 팟타이 꿍을 만들어 보았다. 팟타이는 토피가 시연을 보여줘 열심히 본 후 그대로 따라 했다.

쌀국수 면을 미리 불려 준비한 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내었다.

새우를 넣고 익힌 후, 숙주, 두부, 달걀을 넣고 재빠르게 볶아냈다.

피시소스, 타마린드 소스, 팜슈가를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조절하면서 마무리했다.

땅콩과 라임과 함께 곁들여 먹었다.

평소 먹던 팟타이보다 더 신선하고 감칠맛이 풍부했다. 요리하면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이 태국 요리의 매력임을 느꼈다.


미슐랭 코스 부럽지 않은 시식 시간

요리를 마친 후, 우리는 정원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각자가 만든 음식을 맛보았다. 바람이 살랑이는 야외 공간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직접 만든 태국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그 어떤 레스토랑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한 공간에서 요리를 함께하며 보다 가까워진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만든 음식을 서로 맛보기도 하며 식사를 즐겼다. 고소한 코코넛 수프, 향이 진한 레드 커리, 그리고 새콤달콤한 팟타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이 입안에 퍼지며,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머릿속을 스쳤다. 처음엔 그저 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신청했던 쿠킹클래스였지만, 막상 참여하고 보니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요리가 하나둘 완성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접시를 구경하며 감탄했다. 우리가 만든 것인지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비주얼도 맛도 훌륭했다. 수업이 끝날 즈음, 두 가지 후기가 팩트에 기반한 순도 100%의 후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아침을 꼭 굶고 오세요.”라는 후기, 또 하나는 “미슐랭 식당보다 더 맛있어요. “라는 것이었다. 신선한 식재료에 꼭 맞는 계량, 현지인들이 전수해 준 레시피에 직접 만든 수고가 더해졌으니 어찌 맛이 없겠는가! 배가 불러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다가 배가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까지 준비되어 있었지만, 도저히 더 먹을 수 없어서 결국 사진만 찍고 포장해 가기로 했다.

쿠킹클래스에서 내가 만든 네 가지 요리


쿠킹클래스가 내게 남긴 것

그랜마즈 홈 쿠킹클래스는 단순한 요리 수업이 아니었다. 시장 투어, 농장에서의 체험, 바람이 부는 야외 공간, 개성 넘치는 강사의 수업까지—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마치 태국의 한 가정에서 요리를 배우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치앙마이에서의 다양한 액티비티 중에서도, 이 쿠킹클래스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쌓여가는 과정이 따뜻했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한 어머니뻘 참가자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강사가 빠르게 설명할 때마다 내가 틈틈이 천천히 다시 알려드렸고, 그러자 그분이 수줍어하시면서도 고마움을 전해주셨다. "딸이나 며느리보다 아가씨가 더 도움이 됐네. 정말 고마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시간을 넘어 서로를 도우며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가씨라는 호칭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정말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어딘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누군가 옆에서 나처럼 아주 사소한 다정함을 베풀어주기를 바랐다.


요리를 하며 각자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떤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태국에 왔다가 쿠킹클래스에 참여했고,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태국을 여행하면서 현지 문화를 더 깊이 배우고 싶어서 신청했다고 했다. 이모와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온 초등학생 친구는 우리 중에 제일 차분하게 요리를 잘했고, 가장 맵게 만든 커리도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마라탕이 이것보다 더 매워요.”라고 해서 어른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 이모는 알고 보니 제주항공 승무원으로 종종 어머니와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고 했다. 또 곧 제주항공에서 ‘바탐’이라는 인도네시아 섬을 신규취항하는데 발리와 같은 휴양지인데 사람도 없고 저렴하다며 우리에게 다음 여행지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조카의 교외체험학습 보고서의 풍성함을 위해 쿠킹클래스를 신청했다는 이모의 말에 우리는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모였지만, 함께 요리를 만들고, 서로의 접시를 맛보면서 어느새 하나의 팀이 되어 있었다.


또 하나,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스스로 해냈다는 점이 기뻤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태국의 맛을 내 손으로 만들어낸 경험. 단순한 요리를 넘어서, 스스로에게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 살기는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자고, 내게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낸 용기와 시도, 그리고 행복이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되도록.


나는 '그때 참 행복했었지' 하고
내 행복에 과거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장류진,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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