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 단양주 채주
발효의 끝, 배움의 시작
약 20일을 조금 넘겨 장나 단양주의 발효를 마쳤다. 사실 더 길게 두고 싶었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채주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발효통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술 향이 퍼졌고, 그 안에서 누룩에서 맡았던 솔잎 향이 다시 느껴지는 것이 참 신기했다.
소독을 철저히 한 도구로 채주를 시작했고, 한 모금 맛보자 강한 산미와 드라이한 맛이 혀를 때렸다.
람빅을 연상시키는 진한 산미에 솔 향이 어우러진 독특한 술이 나왔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숙성의 힘에 기대를 걸게 되었다. 다행히 친구는 “완전 내 스타일”이라며 흡족해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직접 디자인한 라벨을 붙이려는데, 아뿔싸, 깔끔하게 붙여지지 않았다. 유리가 아닌 페트병 탓인지, 평소와 다른 재질로 주문한 스티커 탓인지 라벨이 쭈글쭈글해져 버렸다.
첫 대회를 앞두고 나름 정성을 들였건만, 기대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속이 상했다. 역시 경험이 더 쌓여야겠구나, 아직 멀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음 속에서도 배움은 분명히 있었고, 부족함 속에서 다음을 향한 발걸음이 생겼다. 아쉬움 또한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였다.
술이 그러하듯, 나 역시 숙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