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버스

by 박하


대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태주 시인의 『너를 아끼며 살아라』를 읽다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책 속에 시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부터 시험으로 인해

매일 밤 고생하는 큰아이와

어제 예상치 못한 일로

마음이 무거워진 둘째에게

이 글을 꼭 보여주고 싶어

가족 카톡방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


다시 중학생에게_나태주 시


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단다.


잘못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 당할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아이야

잊지 말아라


다음에도 버스는 오고

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있지 말아라.


❤️


가장 먼저 답장을 보낸 건 역시 큰 아이였다.


"천상은 버스가 별로 없어서

다음 버스 개오래 걸리는데?”


감성을 깨부수는 답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 집 감성 파괴자다운 반응이다.


둘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어제의 일도 잊은 체 pc방에서

펜대신 마우스를 흔들어대고 있겠지


나는 늘 두 대의 버스를 관리하며 사는 사람 같다.

한 대는 비교적 잘 달리는 듯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바퀴가 펑크 나고,

다른 한 대는 엔진보다

버스 안에 탄 사람들 때문에 더 자주 흔들린다.


두 대의 버스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린다.

가끔은 동시에 탈이 나서

길 한가운데 멈춰 서기도 한다.

예전의 나라면

두 대 다 처분하고 새로운 것으로

바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다시 달릴 수 있게 손을 보려고 애쓴다.


두 아이도 그렇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길을 가지만

나는 늘 뒤에서 조용히 응원한다.

어제 둘째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 생겼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잠시 멈춰 서서 정비하면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두 대의 커다란 버스 뒤를

말없이 뒤 따라 달린다


부딪히지 않게,

너무 멀어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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