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하지 않았던 해가 남긴 것들

by 박하


지난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보통 새해가 다가오면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다음 해를 계획한다.

그래서 작년 다이어리를 펼쳐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계획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매년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빼곡히 적어 두던 나였는데,

작년의 다이어리는 유난히 조용했다.

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2025년의 나는 본업이 크게 늘어

모든 취미 활동을 잠시 내려놓고 일에 전념했다.

취미와 일을 적절히 섞어 살던 때보다

수입은 늘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늘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하며

숨을 고르던 나는 작년 한 해는

그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마도 2024년의 끝자락,

이미 벅찬 일정 앞에서

‘다음 해 계획’이라는 말을

꺼낼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 대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글을 쓰자.”


돌이켜보면, 그 다짐은 꽤 분명했다.

계획은 적지 않았지만, 글은 쉼 없이 써 내려갔으니까.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디카시 공모전에서 네 차례나 수상했다.

디카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유명한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매년 참여해 온 독후감 공모전에서도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바쁜 와중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으려 애썼다는 증거였다.


에세이 공저 두 권과 디카시집 세 권에도 참여했다.

내 이름이 실린 에세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지금도 또렷하다.

공저라는 이름 아래 글을 함께 써 나가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고민도 있었고, 마음이 흔들린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경험이 있었기에

두 번째는 조금 더 담담해질 수 있었다.


디카시인이 된 지도 어느덧 3년차.

나는 여전히 쓰고 있고,

여전히 함께 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사이사이, 그림책 리뷰도 꾸준히 이어왔다.

무엇이 되었든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

애썼던 시간이었다.


글쓰기는 올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써 둔 시들을 모아 개인 디카시집을 내고 싶고,

그림책 친구들과 준비 중인 그림책 에세이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림책 리뉴얼 작업도 계획중이고

개인 에세이 역시 조금씩 이야기를 채워 가려 한다.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꾸준히 쓰려고 애쓰는 중이다.

꾸준함이란 어려운 일이지만

글쓰기도 운동처럼 기본 체력이 필요하고,

근육이 붙어야 비로소 단단해진다고 한다.

아직 내 글쓰기 근육은 초보 단계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느린 반복들이 올해 언젠가

하나의 멋진 결과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년은 계획하지 않았던 해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장 많이 써 내려간 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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