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따로 재우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 맞는 방식이 최선이요 최고가 아닐까

둘째가 집으로 온 지 여남일이 지났다. 한창 활동적으로 노는 누나의 소리에 동생은 자다 깨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첫째에게 말해야 했다.

"세연아 동생이 깨니까. 거실에서 놀 땐 조용히 놀아야 해. 알겠지?"

낮에는 그렇다 쳐도 저녁엔 큰 문제였다. 안방에서 같이 자는 누나의 소리에 둘째는 깊게 자지 못했다. 저녁 8시면 졸려하는 둘째. 저녁 11시까지 침대에서 버티고 버티다 잠드는 첫째. 8시에 잠들어도 누나가 옆에서 뒹구는 소리에 둘째는 깊게 잠들지 못해 칭얼거렸다. 그때마다 나는 둘째를 안고 달래야 했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봐도 11시에 자던 아이를 8시에 재우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세연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매번 지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서였나. 내 주위엔 둘 이상의 자녀를 둔 지인이 있다. 그들은 첫째와 둘째를 따로 재웠다. 나는 아빠와 엄마가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만 노력하면 될 일이라 치부했다.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따로 재워야 하는 이유를. 같이 재우고 싶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어떻게 보면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치다 보면 두 아이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재울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보다 둘째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너무나도 졸린데 누나의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둘째를 위해서라도 고집을 버리고 그들처럼 첫째와 둘째를 따로 재우기로 했다.

그러나 첫째는 동생이 생긴 후로 식탁에서 떨어진 그릇의 파편처럼 날카로웠다. 소리 지르고, 있는 대로 짜증내고, 징징거렸다. 우리 가족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래도 신랑은 이참에 세연이가 자기 방에서 잘 수 있도록 길들여 보자고 했다. 송곳 같은 첫째가 잘 따라줄지 걱정이 앞섰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선 세연이 방에 이쁜 침대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럼 자고 싶어서 안달 나겠지? 키티 침대를 갖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5살 아이의 모습에 사뭇 당황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키티 침대는 7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마른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마음 같아선 백번도 더 사주고 싶지만 우리 형편에는 무리였다. 차선책으로 가격도 저렴한 2층 벙커침대를 놓아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2층 침대를 마다하지 않으니까. 크지 않은 아이방에도 딱이었다. 키티는 이불보 세트로 베개와 이불에 씌워 키티 침대로 변신하는 마법을 부릴 예정이다. 직구로 구입한 핑크 핑크 한 키티 이불보 세트가 먼 나라 미국에서 2주 만에 날아왔다. 도착하자마자 베개와 이불에 씌웠더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럴듯하다. 세연이는 침대를 보더니 소리 지르며 방방 뛰었다.

여기까진 성공적이다. 두 번째 작전에 돌입한다.

"세연이가 5살 누나가 됐잖아. 이제부터 세연이는 이층 침대에서 키티랑 자고, 아빠는 1층에서 자는 거야. 어때? 멋지지?"

"응! 좋아! 좋아! 근데 엄마는? "

질문이 훅 치며 들어와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설명했다.

"엄마는 동생이랑 자야지. 세연이가 자는 동안에 동생은 여러 번 깨나서 울거든. 그럼 세연이도, 아빠도, 할머니도 못 자서 피곤하겠지? 그래서 엄마는 동생이 울지 않도록 옆에서 지키면서 맘마도 먹이고 안고 달래줘야 돼. 세연이는 아빠랑 자면서 아빠를 지켜주는 거야! 어때?!"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실패다. 몇 번을 시도해봐도 깊게 박힌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금껏 엄마와 같이 자던 애보고 아빠랑만 자야 한다고 말하는 건 1+1=0이라고 말하는 거처럼 납득되지 않는 일일 테지. 세연이의 완강한 거부로 이층 침대는 한동안 전시용이 되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특단의 조치를 제안했다. 세연이가 정서적을 안정될 때까진 둘째를 본인이 데리고 자겠다고 하셨다. 솔깃했지만 일을 다니시는 어머니에게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어머니는 완강했다. 동생이 생겨 엄마를 뺏긴 상실감을 느낄 첫째에겐 엄마가 필요하다고.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자줘야 정서적으로 안정을 빨리 찾을 거라고 의견을 내세우셨다. 신랑은 둘째를 달래지 못하니 도와줄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어머니의 배려로 한동안은 첫째와 같이 잘 수 있었고, 첫째는 차차 안정을 찾았다. 하원 하면 부리나케 동생 옆으로 달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토닥거려주기도 했다. 반면 퇴근하고 둘째와 자던 어머니는 끝내 탈이 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둘째가 엄마를 알아볼 때까지는 본인이 재우기를 고집하셨다. 어머니는 엄마란 자고로 자식에게 헌신하며 희생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들이 꾸린 가정에 어떠한 보탬이라도 되길 원하셨다. 이번엔 내가 완강히 거절했다. 나이도 있고, 허리도 안 좋은 어머니는 몸부터 챙기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는 둘째를, 신랑은 첫째를 각자 재웠다. 세연이에게는 할머니 허리가 안 좋아서 더 이상 동생과 자기 힘들다. 우리가 도와드려야 한다. 설명해주었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고작 5살 꼬마가 받아들이기엔 힘든 일이었나 보다. 아빠와 자기 시작한 세연이는 3달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울고불고 난리였다. 그럴 때마다 설명하고, 타이르고, 이해시켜보아도, 막무가내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짜증을 냈다. 그로 인해 아빠에게 자주 야단을 맞았고, 울다 자는 날도 꽤 됐다. 마음이 아팠다. 만회하고 싶었다.

그래서 신랑이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둘째를 재우고 첫째 방으로 가서 첫째를 재우거나, 둘째가 안 자면 어머니에게 잠시 맡기고 첫째를 재웠다. 간간이 주어지는 세연이와의 잠자리에서 나는 잊지 않고 첫째를 꼭 안아주고는 사랑한다 말하며 뽀뽀를 해주었다.

어느새 우리 가족은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3달이란 시간 동안 아빠와 티격태격거렸어도 같이 잠잔 시간이 두터워지면서 둘의 사이는 한층 좋아졌다. 엄마 없이도 아빠와 곧잘 놀았고, 엄마가 바쁘면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엄마 없이 아빠와 둘이서 외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어느 가정이나 두 아이 이상을 기르는 부모라면 처음에 아이들을 어떻게 재울지 고민한다. 같이 재우는 집, 따로 재우는 집. 가정마다 상황이 틀리고,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 그게 어떤 방법이든 정해지면 그게 가정의 일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 더 나은 방법도, 더 아쉬운 방법도 없다. 엄마가 맞다고 생각하고, 그 가정에 맞는 방식이 최선이요 최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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