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엄마 북튜버이자 작가 바켄
Apr 18. 2019
“휴우”
둘째를 40분째 안고 있다. 그것도 몸살기가 있는 몸으로.
신랑이 어서 귀가하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며, 현관문으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집중하고 집중하
고 집중해보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도 신랑은 오지 않았다.
정신없이 두 아이를 보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고 신랑은 드디어 귀가했다. 평소보다 늦게.
신랑에게 둘째를 잠깐이나마 안아달라고 말해보지만 화장실이 급하다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휙 지나간다.
구세주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긴장은 스르륵 풀렸다.
둘째가 울든 말든 보행기에 앉힌 채 침대에 털썩 쓰러졌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의 울음은 온 집안이 떠나갈 듯 울러 퍼졌다.
“응애~응애~!”
‘아……. 몰라. 몰라. 신랑이 알아서 하겠지!’
일어날 마음도, 기력도 없어 구세주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따가운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있었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나온 신랑에게 몸 상태를 말하고 잘 시간이 한참 지난 둘째를 재워보라고 부탁했다.
사실 신랑이 재우지 못할 걸 알고 있었지만, 잠시나마 둘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고, 아픈 몸을 어딘가에 누이고 싶었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어서 재워준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엄마를 알아보기 시작한 둘째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품에서 잘 거란 헛된 희망이 빚어낸 터무니없는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신랑이 아기를 안은 순간부터 30분 내내 울음은 달래지지 않고 더욱 커졌고, 울다 지친 아기는 꺼억 꺼억 흐느끼며 울기를 반복했다.
우는소리를 계속 듣게 되니 멀미가 나며 속이 울렁거렸다.
귀를 막고 입술을 꾸욱 깨물며 잠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잠이 올리 있나.
머리는 어서 일어나 아기를 달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은 모른척하라며 남아 있는 힘마저도 새 나가게 구멍을 내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쳐 지지 않는 울음소리.
지긋지긋했지만, 지금 상황을 매듭지을 수 있는 건 엄마뿐이라는 걸 알기에 혼이 나간 듯 멍한 눈동자를 한채 기계처럼 차갑게 일어났다.
터덜터덜.
안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울다 지친 둘째를 넘겨받았다.
둘째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고, 콧물은 질질 흐르고 있었으며, 온몸에 땀이 흥건하여 입고 있던 옷마저 눅눅했다.
안쓰럽고 미안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추욱 쳐졌다.
내 품에 오자 엄마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울음은 진정이 되어갔다.
끝을 알 수 없는 일. 끝이 나지 않는 일. 끝나기를 바라지만 끝은 나지 않았다. 언젠간 끝은 나겠지만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허덕거리며 내 몸은 시들어 가는 듯했다.
‘둘째는 언제 자줄까.’
‘나는 대체 언제 아픈 몸을 쉬게 할 수 있을까.’
아기를 안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땅에 깊이 박힌 두 발은 번갈아 가며 제 할 일을 해주었고 손은 모이 먹듯 등을 쪼아대며 염불을 드리듯 토닥거렸다.
어느새 둘째의 울음은 그쳤고 내 얼굴 한번 봤다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비볐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나는 오늘 하루 주어진 모든 힘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짜내버렸기에 방전된 듯 침대에 쓰러졌다.
‘드디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드디어 아픈 몸을 돌볼 수 있겠구나.’
‘잠시라도 누울 수 있겠구나.’
엄마가 아플 때만이라도 신랑이 아기를 재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