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중독 아빠와의 평화 협정(2)

우리 가족의 사랑의 언어, 함께하는 시간!

by 금머릿

큰아이가 학교 기숙사에서 돌아온 주말, 온 가족이 모였다.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사랑의 언어 테스트’를 위한 30문항을 검색만 하면,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각자의 휴대폰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심리테스트를 즐겨 하는 딸도, 청소년 상담 공부를 시작한 아들도 ‘오, 이거 나름 데이터 있지’하며 흥미롭게 참여했다.


테스트는 두 가지 선택지 중 본인에게 더 가까운 것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5가지 언어에는 스킨십,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봉사의 행위, 선물이 있다. 테스트 결과는 5가지 언어 각각에 대해 점수(선호도)로 나타나며, 가장 점수가 높은 항목이 본인의 주 ‘사랑 언어’라고 해석된다. 점수가 비슷하게 나올 경우, 복합적인 사랑 표현 방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즉, 한 가지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테스트 결과, 남편은 ‘스킨십’이 단연 1위였다. 2위는 ‘인정하는 말’과 ‘함께하는 시간’이 공동 순위였다. 남편은 스킨십으로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었지만, 그 외에도 인정해주는 말과 함께하는 시간으로도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희망이 보였다. 스킨십만이 유일한 방식이었다면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결과도 흥미로웠다.

큰아이는 ‘함께하는 시간’, ‘인정하는 말’,

둘째는 ‘봉사하는 행위’, ‘함께하는 시간’,

셋째는 ‘함께하는 시간’과 ‘선물’이었다.


딸아이의 ‘선물’ 순위에 가족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테스트가 꽤 정확하다는 오빠들의 말에 딸아이는 “그러니까 선물 많이 줘”라고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아빠의 1위가 스킨십이라는 것에 아이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아빠는 그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니, 가끔은 그러한 아빠의 방식을 이해해 보려는 자세들이 생긴 듯했다.


“딱 3초만 안을게. 아빠, 잘자, 사랑해.”


매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내킬 때, 막내는 가끔 아빠의 푸짐한 배를 안고 그렇게 말한다. 둘째 역시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아빠가 무릎을 베고 누우면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큰아이도 아빠가 어깨를 두르며 사랑한다 고백할 때, 버럭 화를 내기보다 ‘응’이라고 짧지만 분명한 반응을 보인다.


남편 역시, 아이들의 사랑 표현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니, 앞으로 이 문제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빠와 자녀의 관계이니 더 나아질 일만 남았을 거라고 나는 긍정했다.


또한 뜻밖의 발견에 나의 마음이 자꾸 쏠린다. 모든 가족의 1, 2위에 ‘함께하는 시간’이 들어가 있다.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참 많았는데. 우리는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끼고 안정감을 누리는 존재였나 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놀고 하는 시간이 우리가 동시에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하니, 이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내가 할 일은 명확해지는 듯하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주말 저녁 시간에는 각자의 폰을 내려놓고 대화해 보기,

가능한 한 함께 여행하고,

같은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이기적인 욕심을 좀 내려놓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여행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이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영화나 뮤지컬 관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시청 등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재미있다며 추천한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함께 시청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식사를 하는 시간이 기숙사에 있는 큰아이를 제외한 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주로 그때 무언가를 함께 시청한다.


오래된 드라마이지만, <킬미힐미>와 같은 명작을 감상하기도 하고, <눈물의 여왕>, <약한 영웅>, <폭싹 속았수다> 등의 드라마를 OTT를 통해 보며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주로 <런닝맨>이라는 예능을 함께 보았고, 최근에는 <피지컬 아시아>나 ,<싱어게인>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고 있다. 이전에도 <슈퍼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함께 환호하고, 투표에 참여하며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각자가 연령별로 드리는 예배의 시간이 달라서 함께 모이기가 참 쉽지 않다. 가끔 ‘온가족예배’가 열리면 그때에서야 함께할 수 있다. 연말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송구영신예배’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은 또다시 뭉치게 될 것이다.


내후년이면 큰아이가 군대를 가게 된다. 2년쯤 뒤엔 둘째 아이도 군에 입대하겠지. 각자의 직장에 따라 사는 곳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고, 결혼하여 독립하게 되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 다섯이서 지지고 볶던 이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까. 이때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사랑하고 사랑받던 마음을 간직하게 되는 걸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하며 사랑을 누리는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말하는 어떤 대단한 결과나 성공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저 우리 함께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가족의 공통 사랑의 언어, 함께하는 시간! 그 언어가 우리 가족의 안전장치임을 늘 잊지 말아야지. 시간이 흘러도, 이 언어만은 우리 사이에서 끝내 지워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