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을에도 쓰나요?

글로 찍는 일상

by 금머릿

가을을 꼬박 마흔여섯 번쯤 만나다 보면, 감흥이 좀 사라지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내가 태어난 계절이고, 높고 푸른 하늘이 멋진 계절이고, 단풍이 예쁜 계절이고, 블라블라...


끈적함을 겨우 지나고 만난 계절이라 긍정할 것들이 참 많긴 하다. 그러나 못지 않게 불평할 것 또한 많다. 여기저기 감기 바이러스가 창궐,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 비염 콧물 폭발, 가을 모기 활성, 곧 겨울이 올 거라는 비관이 침투 등등.


부정적인 면을 부인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가꾸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일종의 추억 보정이랄까.


내 마음의 컨디션에 따라 나의 계절은 달라진다. 마치 사진과도 같다. 성능 좋은 기기로 풍경을 찍으면 별거 없는 하늘도 절경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어휘로 잘만 표현하면 별거 없는 일상도 근사한 추억이 될 수 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해봤다. 글로 나의 일상을 기록해 보았다. 과거를 떠올리며 단어와 문장으로 써 보았다. 가느다란 실선에 명암이 입혀졌다. 어두운 곳에 빛이 비치기도 했다. 온통 회색이었는데 색깔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끔, 아들은 우스갯소리로 나의 글을 평가한다. “엄마, 추억 보정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뜨끔했다. 내가 늘 추구하던 진실한 글에서 벗어난 건 아닌가 해서.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처럼,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지어낸 글은 수필이 아니라, 소설이고 허구이지 않은가. 수필이랍시고 뱉어놓은 글이 진실하지 못하다면, 나를 속이고 독자를 속이는 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색을 바꾸고, 온도를 바꾸고, 밝기를 바꾸는 것.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또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 같은 사건이고 일상이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누군가는 추억 보정이라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나는 이번 가을 기꺼이 그 비난을 감수해 보려 한다. 비참, 슬픔, 허무, 평범, 무의미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그 무엇을 끝끝내 보정해 보려 한다.


찰칵. 글은 나를, 나의 마음을 나라는 렌즈로 찍는 것. 있는 그대로가 드러나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분명 긍정한 길로 기울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따스한 온도로 바라봐 줄 시선들을 기대해 본다. 그러려고 함께 쓰는 거니까.


나 역시 우리의 굳건한 의지가, 어쩌면 운명의 실타래가 엮어준 관계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나의 시선에 불을 지필 것이다. 누군가의 가을을 더욱 따뜻이 데우며 보정하기 위해. 그럴 때, 우리의 마음 상태는 긍정할 만한 것이 될 테고, 우리의 가을은 아름답게 수 놓일 것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니냐고? 부정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 또한 그 글로 누군가와 소통할 때, 신나 날뛰는 나는 낙관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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