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에스테틱, 중세로 가는 열차

니체 읽기(10), 예언자, 10월 4일 단상

by 김요섭


성과주체의 프로젝트


그들은 퀭한 눈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쓸모가 없어지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이 무의식에 박혀있다. 언제 벌레로 변신할지 모를 공포는 끝없이 쳇바퀴를 돌리게 하는 동력이다. 그러나, 그들은 두 눈을 껌뻑이며 이렇게 말한다. '쳇바퀴는 나만의 프로젝트이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이만하면 충분했으니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해줄 어떤 타자도 없다. 쳇바퀴는 죽기에도 지쳐있을 때에야 비로소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소진되면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죽는다.


'참으로 우리는 죽기에도 너무 지쳤다. 그리하여 우리는 깨어 있는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무덤 속에서!' -니체



그의 에스테틱


실제 그들에게 '프로젝트'를 부여한 힘은 보이지 않는다. 그 힘은 규율 권력의 아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공개처형을 하고, 자신의 초상화를 크게 걸어두었던 할아버지를 조상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아들은 이제 더 이상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 노골적 미학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의 에스테틱은 누구보다도 세련되었다. 그것은 하이엔드 명품처럼 태그가 붙어있지 않는 상표로 존재한다. 브랜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신 피부에 닿는 아름다운 촉감으로 현전한다. 몸에 살갗처럼 사랑스럽게 달라붙는다. 아방가르드에서 후방 주력부대까지 독점한 그는, '하이 히틀러'를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미학적 전체주의자이다. 자본적 아름다움의 승리는, 스스로 그 힘을 자신의 것인 양 동일시하는 수많은 난쟁이들을 전리품으로 취한다. 그는 보이지 않고 지배하기에 역사상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 권력은 곧 아름다운 자본, 그 자체다.



중세로 가는 열차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은 성과주체에게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나타난다. 그들은 이제 혁명으로 이룩되었다고 믿던, 자유와 평등의 땅을 떠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떠나야 하지만 왜 사라져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답답하다. 중세로 가는 열차의 티켓은 인류의 숫자만큼 팔렸고, 벌써 매진되었다.


직접 구매도 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어느새 탑승해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객석에 앉은 외양은 자세히 보면 어느 시대보다 비슷하게 보인다. 성형수술, 브라질리언 왁싱, 식스팩을 자랑하며 여행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야간열차는 곧 출발할 것이다. 창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그들은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곧 잠들지 않는 잠을 누구보다 오래 잘 것이기에.


'참으로 조금만 지나면 긴 어스름이 찾아오리라. 아, 나는 나의 빛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빛이 비탄으로 질식되지 않기를! 나의 빛은 머나먼 세계를 위한, 그리고 가장 아득한 밤들을 비춰주는 빛이 되어야 하리라!'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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