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취향(1)
한병철 읽기(10), 10월 7일 단상
누에고치
그는 찬합이 담긴 가방을 열었다. 오래된 스텐 도시락과 3구로 구분된 플라스틱 찬통이 들어있다. 뚜껑을 열자 김치와 감자볶음, 작은 조기 한 마리가 보인다. 그는 흰 밥과 스텐 통의 경계로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기름진 바닥이 슬쩍 미끄러진다. 노란 속살이 비치듯 계란 프라이가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문득 웃고 있는 영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을린 피부에 꾀죄죄한 옷을 입은 그 시절, 아이들 벤또는 보리밥과 김치가 다였다. 점심시간 영희가 도시락을 열 때면 보물상자라도 여는 것처럼 얼마나 부러웠던지. 뽀얀 얼굴로 흰 쌀밥을 뜨던 모습이 천사 같았다.
지금은 당연한 듯, 먹는 이 행복이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이만하면 된 것 아닌가' 그는 의자를 뒤로 밀어서 기지개를 켜듯 손을 뻗었다. 무뎌지는 것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한 느낌이 든다. 절대 빼앗기지 않는 것, 온전한 내 것을 얼마나 바랐던 세월인가. 말년에 와서야 도착한 단순하고 소박한 진실을 결코 뺏길 수 없다. 문득, 그는 경비실 창을 무의식적으로 두리번거렸다. 점심식사를 방해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보온병에 담긴 물을 천천히 머그컵에 따랐다. 또르륵 소리를 내며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좁은 경비실은 누에고치처럼 따뜻하다.
'안전감은 평균적인 안락함을 위해 고통을 가장자리로 밀어냄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 융어
그의 시선
의자 옆 작은 테이블에서 그는 식사를 시작한다. 널찍한 책상이 있지만 거기서 먹는 것은 왠지 불편하다. 시야가 확 트인 원형의 창이라, 자신이 꼭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입문을 비스듬히 등지고 앉아서 수저를 든다. 손바닥보다 작은 조기의 몸통을 젓가락으로 찢었다. 작은 생선이지만 진 맛이 있다. 내장 부위의 쌉싸름한 것은 그가 특히 좋아하는 맛이다. 소의 안창살도 그런 풍미가 있다고 하지만,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작은 생선 한 마리면, 충분하다고 그는 느꼈다.
생선살을 올린 흰 밥을 한 입 가득 넣고 고개를 들었다. 흑백의 CCTV 화면이 보인다. 12개로 구분된 화면은 아파트 한 동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엘리베이터 내부, 1호와 2호 라인의 정면, 지하와 지상 주차장의 사각지대, 아파트 옆 산책길 등 여러 방향의 화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하 주차장으로 차가 한대 들어간다.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은빛 세단을 지목하면서 오른쪽으로 손짓했다. 차는 그가 원하는 대로 주차하기 시작한다. 다른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2호 라인을 비추는 화면에서 아줌마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온다. 그는 지휘하듯 손을 흔들고 그녀는 통제에 따른다. 그의 의지에 따라 차가 서고, 사람들이 오간다. 이곳을 자신이 온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묘한 쾌감이 든다.
'권력은 타자에 대한 관계를 자신에 대한 관계, 자기 관계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 즉 타자에도 불구하고 자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자아의 연속성은 타자의 이질성에서 오는 불안을 줄여준다. 권력은 관계의 개념이다. 권력은 타자의 이질성을 최소화하지만 타자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타자는 자아의 행위에 편입된다. 권력과 반대로 폭력은 관계의 개념이 아니다. 폭력은 타자를 파괴해버린다.' -한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