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약함이 단단함을 견디게 했다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5)

by 김요섭



다가가는 것은 그것과 충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자주 해준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책에서 빌려온 사실이라는 게 너무나 명확해서, 일종의 고통에 의한 경고를 받아 그것을 듣지 않으려도 무던히도 노력을 기울였다. 바로 거기서 그의 말하려는 욕망이 가장 우스꽝스럽게 실패한다.


그는 우리가 잡다한 사실의 진실성이라 명명하는 것을 명확하게 떠올리지 못했다. 진리,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정당성만이 그를 놀라게 했다. 이 놀라움은 매번 눈꺼풀의 빠른 움직임으로 기록되었다가 사라져 갔다. "찰나의 순간, 그들은 무엇을 듣는가?" 나는 뒷걸음질 치는 그의 움직임 속에서 그러한 질문을 읽어냈다. 나는 그의 연약함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단단함을 견디게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한 정확한 음이, 가면 뒤에서 자신이 어딨는지를 알리는 데 실패한 채 끝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를 일깨우는 비명처럼 여기저기서 뚫고 나왔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를 견디기 위한 견고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를 유폐하는 모든 것이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불안하게 하고 동요하게 만들었다. 나로부터 나 자신을 박탈하여 더 막연한 한 존재를 그 자리에 들여보내는 이것이 바로 불안의 감정이다. 가끔은 "우리"이며, 때로는 가장 넓고도 가장 비결정적인 존재. 단 하나의 존재인 그 앞에서 우리는 무수한 하나로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17~19p)




1.

그를 향한 불안은 나로부터 나를 박탈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품는 일은 비로소 시작되는 '우리'의 가능성이다. 알 수 없는 것을 들여놓은 불안, 그것은 모나드의 불안과는 다른 감정이다.


내 안의 내가 아닌 그를 바라본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수줍은 움직임은 '뒷걸음질' 친다. 모든 것을 함께하는 감각이나, 어느 것도 공유되지 않는 불안감. '가끔은 '우리'이며, 때로는 가장 넓고도, 비결정적인' 욕망. 그를 바라보는 내가 아닌, '그에게 있는 나를 보고 싶은' 감정은 새롭게 돋아난다. 드넓은 대양이자, 광활한 대지를 소유하려 하는 의지. 그를 향한 불가능은 '가장 우스꽝스럽게 실패'하는 결핍이다.



2.

얕은 일상성으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한 정확한 음'. 찰나의 순간, 우리가 들은 것은 무엇일까?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를 일깨우는 비명'이기도 한 '연약함'. 모호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것은 무한히 멀리서 온 빛이자, 약함이다.

죽음이라는 서늘한 각자성. 그 견딜 수 없는 단단함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가능성. '자신이 어딨는지를 알리는 데 실패한' 소리는 끝 간 데 없이 변주되는 긍정이며, 완성의 순간 사라지는 움직임이다. 오직 망각이자 비어있음에 지극히 높은 자의 약함은 도착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늘한 열정, 다시 사랑할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