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중심을 향한 기다림, 망각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6)

by 김요섭



우리는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듣는 누군가 옆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당신을 사용하고 당신을 불태워 버린다. 우리는 조금은 무심해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것을 망각이라 부른다. 망각, 정말이지 그는 거기에 존재하길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그가 말해야만 했던 건 망각의 열망으로 가득 찬 근원 앞에서였다.


그는 우리와 함께 일상적 관계의 수월함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싸운다. 그에 관한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나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는가. 나 혼자로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이들을 내 속에서 요청해야만 했다.


그는 우리에게 말하다가도, 무엇인가를 예감하고 있는 말더듬이처럼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그는 우리에게 고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고 우리에게 그 고통을 가능한 한 가볍게 보이도록 애썼다. 그는 거기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는 우리 중 하나처럼 거기 있었다. 그게 바로 접점의 경계가 되었다. 단 이런 그의 경계가 노출되어 우리가 자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장 이상한 것은, 우리 모두는 그의 존재 하나면 충분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그에게 저항했다. 우리는 한결같이 저항했다. 그 일을 숙고해 본 덕분에, 우리 주변에, 그가 넘을 수 없는 원환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거기에는 그가 건드리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점들이, 그가 접근하지 못하는 명확성과 같은 것들이, 우리가 그에게 허용할 수 없는 생각들이 있다. 그를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으로 살게 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가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자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각각의 개인은 좀 더 중심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보존함으로써 그것을 그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해서 그것을 마치 위탁하듯이 그의 보호하에 두는 것인가?

(20~21p)




1.

텅 빈 하늘을 향해 각자성은 안긴다. 끊임없는 기다림, 쉬지 않는 망각. 그는 비어있는 가슴으로 다가선다. 무위(無爲)의 우리, 밝힐 수 없는 너와 나. 그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자 '명확성'은, 결코 설명되지 않으며 비로소 이해된다.


그것은 일방적인 신비인가? 아니, 그럴 수 없다. '우주의 웅얼거림'이자, '막연한 소음'으로 함께 조절되는 카오스의 글쓰기. '지각할 수 없는 별들의 노래' 사이, 넘을 수 없는 신비의 열망. 침묵의 소리로 두드리는 지향성.



2.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와 함께 그곳에 다가간다. 함께하기 위해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감당한 이를 기억한다. '당신을 사용하고 당신을 불태워 버린' 참혹한 흔적을 내 몸에 새긴다. '눈 안에 화상의 흔적', 가장 뜨거운 불이 가장 차갑게 식는 수직적 급강하. 극심한 온도차는 최고의 사랑의 형식이다. 기다리며 망각할 권리가 없다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는 존재 형식. 고통을 고스란히 감당하는 유책성 속에 느닷없이 도착하는, 기이한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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