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34)
1.
'늙은 아이'는 이중적 진실이다. 죽어감의 현상임에도 '아이'라는 생의 약동을 잃지 않는 '늙음'. '그저 늙은 것'이 아닌, '나이를 알 수 없음'은 망각할 뿐이다.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 순진무구한 얼굴은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운 코'를 가졌다. 코나투스 안에 깃들어 있는 타나토스의 이미지. 가장 순수함과 죽음 직전의 탁함을 동시에 소유한 존재는 진리의 형식에 다가선다. '표정이 없는 끔찍한' 얼굴, 텅 빈 것임에도 '가장 아름다운'.
2.
'선명하게 볼 수 없는' 얼굴은 감추면서 다가간다. '주의 깊은 몸짓'으로 숨어버리는 그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모두를 향해 있는 '가벼운 웃음'은 결코 누구나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에게만 열리는, '비할 데 없는 미소'이다. '자주 보지 않으며, 측면으로만' 다가갈 뿐인 '숨겨진 시선'.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비스듬한' 얼굴은 '놓아주지' 않는 붙잡음이다. 바라보며 동시에 아무것도 보지 않는, 느닷없이 도착하는 텅 빔.
그 관계는 너무도 가벼워서 그녀의 눈에는 관계의 부재성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그녀에 대해서밖에 말하지 않고 그녀 외에는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그가 자기를 자주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코 정면을 바라본 적이 없었고 측면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당신 쪽을 보는 거예요. 저는 그걸 느껴요." 사실, 한두 번, 나를 찾는 한 피곤한 시선 때문에 놀랐던 적이 있다. 그 시선이 당신을 찾아냈다면, 당신을 놓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피곤 때문이거나 혹은 단순히 그가 정말 당신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그녀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거북하지 않나요? 그가 당신을 쳐다볼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뇨, 저는 그의 시선을 좋아해요. 아마도 그가 가진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게 그 시선이 아닌가 생각해요." 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당신은 그의 시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요?" 이 질문 앞에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보기 드물게 단념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깊이 생각했다. "저는 그의 시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ㅡ"하지만 그는 좀 두렵죠. 그의 얼굴은 늙은 아이의 얼굴이죠. 그저 늙은 것이 아니라,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고 끔찍하게도 표정이 없어요. 그리고 지나치게 뾰족한 우스꽝스러운 코도!"
"항상 그런 얼굴만 보이는 게 아니에요.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는 선명하게 볼 수가 없을 뿐이에요. 그가 주의 깊은 몸짓으로 얼굴을 닦아 낼 때 그가 얼마나 몸을 떠는지 보일 정도죠.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숨기죠.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병자로 생각하길 바라지 않는다고요."ㅡ"당신은 그를 가엾이 여기는군요. 정말 그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그가 너무나 불행해 보이기 때문이죠." 그녀는 격분해서 대답했다.
"그는 전혀 불행하지 않거든요,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그를 동정하지 않아요. 그가 동정받기를 바라지 않으니까요." ㅡ "그럼 그는 행복한가요?" ㅡ "아뇨. 그는 더 이상 행복하진 않아요. 어째서 당신은 그런 걸 묻죠?" 나는 재차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은 그의 시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ㅡ "네. 저는 그가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아주 특별하게요."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의 미소는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어요." ㅡ "그가 미소 짓는다고요?" 그렇다. 그는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옆에 아주 가까운데 있어야 한다. "가벼운 웃음은 필시, 저를 향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을 바라보는 그만의 방식인지도 모르죠."
(64~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