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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Nov 09. 2022

나, 진리는, 떠나간다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7)



1.

 오직 텅 비어있는 고지(告知). '무덤의 빈' 형태는 어떤 '중개'도 없는 '부활'이다. 모든 '삶의 패퇴'를 벗어던진 낯선 '들림'. '그저 사망'일 뿐인, 지독한 유한성에서 '빠져나오는' 극단적 침투. '치명적으로 건드리는' 아나스타시스는 '측량할 길 없이 늘어난' 신성의 광휘로 빛난다. 다시 한번 변용되는, '죽음'을 감싸안는 참된 삶. 끝 간 데 없는 변주는, 무엇보다 가까우며 영원히 멀어져 가는 밤의 광영이다.


2.

 존재 사건인 '부활'은 사라져가며 완성된다. '빈 무덤'은 비로소 '죽음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멀어짐 속에 들어올려진다. 죽고 또 죽는 '쉼 없는 떠남'. '무한히 새로워지는' 삶은, '무한히 연장되는 사라짐'으로 남는다. 유동하는 진리 속 비로소 다시 계시되는, 아모르파티.




 나를 만지지 마라. 나를 멈춰 세우지 마라. 나를 붙잡거나 내게 다가오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를 향해 떠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전히 또다시 죽음의 권능 그 자체를 향해 떠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죽음의 권능 속에서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 나는 이 봄날 아침에 저분의 밤의 광휘 속에 발을 딛는다. 이미 나는 떠나고 있다. 나는 오직 이 출발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떠남이라는 행위 속의 떠나는 자이다. 내 존재는 거기에 있다. 그리고 내 말은 이것이다. "나, 진리는, 떠나간다 Moi, la verite, je pars."


(34~35p)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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