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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Nov 16. 2022

모든 모순을 넘어 합일하는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9)



1. 

 '죽음 앞에 꼿꼿이 서있음'을 가리키는 불가능의 가능성. 측정할 수 없는 용기는 '비극적 영웅주의'와 만난다. 그러나 헤겔적 정신과는 달리 '아나스타시스'에는 숨겨진 차이가 있다. 기이한 '수직적 진리'는 주체성의 발현이 아닌, '타자로부터 발원'하기에. 절대적 타자의 '들림'은 죽음에서 '나를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직 그가 나를 통해 다시 서는 신비. 계시받은 삶은 텅 빈 주체의 비영웅적 '수용성'이다. '죽음 안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일이며,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건을 '겪어 낼 뿐'인. 


2.

 헤겔적 '영웅'은 '나는 죽었다'를 알지 못한다. 자신 속에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부활'하는 가능성을 모르기에. 비극적 영웅은 결코 '부활'하지 못한다. 


 '죽음과 삶이 단순히 그 자체'로 환원될 수 없음인 '떠남'. 타자를 향한 텅 빈 무덤은 낯선 신비를 연다. '불가분리'인 두 개의 의미는 서로를 향해 어루만진다. 죽음은 삶을 일으켜 세우고, 삶은 죽음 앞에 자신의 권리를 내놓는. '나는 죽었다'와 '나는 부활했다'는 모든 모순을 넘어 합일한다. 비로소 시작되는 절대적으로 낯선 '몸의 들림'.




(38~40p)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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