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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Nov 19. 2022

화폭이 작렬할 때까지 지속하는 고통스러운 흔적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0)



1.

 '만질 수 없는, 봄(vision)'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텅 빈 무덤, 볼 수 있는 자에게만 열린, 장소 없는 장소. '즉각적 현존'으로 환원되지 않는 바라봄은 영원히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다. '보이도록 제공된' 것이 복수적 '봄'을 이루는.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깨닫는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는 '보인 존재'. 


2.

 '신앙'은 '장관(spectacle)을 기대'한다. 그러나 '믿음'은 일상의 평범함에서 보고 듣는다. '만지지 않고서도' 보고 듣는. 아무것도 '볼 것이 없음'으로 향하는 믿음.


3.
 고통스러운 용기는 '보이지 않는 것'을 '정면에서 마주'한다. 눈 안에 화상을 입음에도, '화폭이 작렬할 때'까지 지속할 뿐인. '어떤 재현'으로도 '보여줄 수 없음'을 이해시키는 '이미지'는 작은 죽음의 흔적이다. 오직 그가 '떠났기에', 결코 만질 수 없음과 '접하는' 기이한 애무. 낯선 '이야기'는 오직 그곳을 향해 '멀어져 감'을 증언할 뿐이다. 



(41~46p) 메 무 합투ㅡ놀리 메 탄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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