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6)
1.
'그렇게 여기서 지나가 버린' 사건은 '원초적 빈 곳'을 지시한다. '시작되는 이야기'를 '거부'하는 어떤 무한성. '바깥'의 '기억'은 개시(開始)되지 않으며, 오직 텅 비어 있을 뿐이다. 유한자의 의지로 다가갈 수 없는, 장소 없는 어떤 장소. 그러나 우리에게 '삶에서 빛을 발하게' 하는 유일한 '이야기'는 '그곳'에 있다. 다만 다시 들어가 볼 수 없는 텅 빈 채로.
2.
'여전히 그를 뒤흔들어 놓는 기억'은 당신을 '빠져나갈 수 없게' 한다. 소유욕이 아닌, '모르는 채'로만 '원할 수 있는' 독특한 관계.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으로는, 결코 사랑할 수 없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녀. 이상한 불충분은 그저 '기다려야만 할' 뿐이다. 오직 '당신 안에서 나를 배반하는', '투명한 노출'이자 완벽한 감춤. '그의 예감'은, '그녀 안에' 기억되고, 다시 떠오른다. 계속해서 멀어지는 '비밀'에 감추인 채, '마치 생각 속에 고통의 공간'이 있는 것처럼.
(22~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