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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Feb 04. 2023

매혹을 잃지 않는, 어떤 에로스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죽음에 대하여」 읽기(2)



1.

 '아무 곳도 아닌' 장소로 향하는, '아무것도 아닌 움직임'. 근원적 이미지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다. '존재했음'과 '살았음'의 '신비'. 아득한 진리 사이로 급강하하는 크레바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 근심, 불안'에도 도저히 회피될 수 없는, 어떤 사유. '죽음을 무로 환원하지 않으려는 의지'는 계속 써내려 간다. 그곳으로 열리는 유일한 통로를 개방하는, 불가능한 용기. 


2.

 '존재했던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될 수 없다. 텅 비어있음으로 가득 찬, 섬뜩한 진실. 기이한 '대조'는 오히려 극단적 시차로 인해, 어떤 매혹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 불행의 유일무이함'과 '범상한 죽음' 사이. '신비롭고 극도로 난해한 사실'은 그를 계속해서 추동하는 열정이다. 어떤 '유용성'과도 관계하지 않는, '비교 불가능한' 사건. 


(9~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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