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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05. 2023

아프로디테의 거품 속에 웅크린 형태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17)



1.

  '우리의 기반'이었던 그곳.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익사한 채' 휩쓸려야 한다. '언어적 고유리듬'을 능가하는 섬의 유혹. 오래된 탯줄은 양수 안에서 듣던 심장 박동과 함께 연결된다. '생명 유지의 원초적 조건'인 어떤 음악. '성(性)의 분화'가 촉진되는 장소는 일체의 접근이 불가능할 뿐이다. 존재의 시작이자 기원으로 '본래의 조건'.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삶의 시작과 끝을 가리킨다.  


2.

  임계 부재의, 물의 목소리. 가장 오래된 '목소리조차 아닌 소리'는 어머니의 바다에서 전해진다. 아주 드물며, '분절되지 않은'. '최초의 날'보다 앞선 노래는 육체 안으로 스며든다. 희미한 빛이자, '암혹 자체에 선행'하는 어둠. 부테스의 육체는 '피부의 경계'도 없는 곳에 머문다. 영문도 모른 채, 아프로디테의 거품 속에 웅크린 형태. 죽음은 음악에 감싸 안긴 '태아'의 모습이다.  


(83~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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