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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21. 2023

모조리 잃어버린 것의 흔적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19)



1.

  모조리 잃어버린 것은, 오직 음악만이 '기억'하고 있다. 잔인한 결별의 시작. 당신을 다시 '감싸는 노래'는 오래된 물의 흔적으로 속삭인다. 언어의 칼을 무력화하며, 스며드는 사랑. 무한히 '슬픈' 탄생은 눈물로 애도될 수 없는 사건이다. '잃어버린 누군가'의 세계와 맞닿는 단 하나의 음악. 절대적으로 낯선 초대는 '당신이 버린 현장'으로 순식간에 소환한다.


2.

  물의 '꿈'은 그들을 '귀환'시킨다. 사랑했던 기억의 느닷없는 도착은 '본의 아니기에' 무엇보다 진실하다. 노래 안에서 '융합'되는, 죽은 자의 얼굴. 고통 속에 방치된 기억은 다시 떠오른다. 음악의 영혼이자 그녀의 '숨결' 사이로 흘러나오는 감정. 그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은 결코 '분절'되지 않는다. 오직 소리만이 읽을 수 있는, 어떤 '노스탤지어'. 시원보다 앞선 '음향'은 '무의미'하며, 텅 비어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예술'이자 비로소 마지막인, '파도의 움직임'.


(94~101p)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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