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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당할 뿐인 이름, 순진무구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28)

by 김요섭



1.

'명명'안에 이미 도착해 있는 무명자. 그는 물러나며, 전면으로 내딛는다. 사건의 동시성 가운데 '되풀이'되는 유동의 형식. 명패를 거는 일과 부착을 해체하는 무명자는, 결국 이름을 새롭게 만든다. '절대적 주관성'이기도 한, '체험류(體驗)'의 지속. 흐르는 경험은 영원히 멀어지며, 결코 소유되지 않는다. 오직 '명명하기 위한 가능성'으로만 남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타자.


2.

고착된 '명사' 안의 모든 이름은, '배반' 당할 뿐이다. 지시된 것과 지시하는 것의 근원적 불일치. '생성을 규정'할 수 없는 언어는 반복하며 소진될 뿐, 존재를 환대할 수 없다. 구조 바깥의 언어를 찾아야만 하는 근원적 문제. 결코 언어화될 수 없는 시간은, 오직 유동하고 흐르는 체험류 안에 머물 뿐이다. '무장해체'되어 있는 발화지점 안의 단독적 과업. 새로운 '노출'은 '모든 것'을 '재개'하며, '새 출발(recommencement)'한다. 비로소 '독특한 상황'과 '절대적 신선함'을 되찾는, 당신을 향한 '순진무구'.


(127~130p) 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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