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음을 우회하는, 단 한 번의 기억

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23)

by 김요섭



1.

언제나 거기 있는, 기투(企投)할 수 없는 망각. '부동의 현전'은 내가 아닌, 이름 없는 이의 장소이다. 당신을 불러온 쓸쓸한 시간, '비밀의 관계'로 들어서고 싶은 욕망은 '망각의 방향'으로 이끌린다. '정확히 사라져 가는 것' 안에 없지 않은, 나를 건너뛴 '심장의 움직임'. 기다림 안의 글쓰기는 낯선 말을 기다리며, '진정한 말이 망각'되도록 내맡겨진다.


2.

두 번 다시 들어가지 못할 장소. '망각의 숨결'은 그녀의 호흡을 떠올리게 한다. '부동의 기다림' 안에 머문, 감출 수 없는 죽음. 단 한 번의 기억은 돌이킬 수 없음을 우회한다. '감시 가운데 있지 않은 현전'을 기다리며. 어떤 지속은 '말하지 않음'을 확실하게 하며, 끊임없이 투쟁한다. 당신과 싸우며 '현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과도할 정도'의 현전은 우리 사이를 초과한 고통으로 나타날 뿐이다.


(76~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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