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배신자의 한결같은 말

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35)

by 김요섭



1.

그에게 말했기에 나와 말하고 있는 '한결같은 말'. '공간 없이 공간화되는' 언어는 약함 속에 더욱 연약함으로 긍정된다. 기다림이 가지는 유일한 척도. '부정하기 불가능한', 희미한 빛은 '모든 목소리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언제나 초과되는 기다림에도 '한결같음' 안에 머무는 시차. '도처에 머무르는 말'은 상대적 같음의 높이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2.

멀리 달아나며, 따라가고 있는 목소리.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배신자'는 우리 사이로 다가선다. '미끄러지는 얼굴'을 향해 파묻히는 '한결같은 말'. 똑같은 매혹은 끊임없이 그곳으로 이끈다. 단 하나의 '단어'와 끝없는 차이로 반복하는 단어의 영원회귀적 밤. 복수적 목소리는 어떤 단일성도 없이 중얼거린다. 한 사람의 말이며, 다수의 웅얼거림이기도 한. '조용히 내맡겨진 기다림'은 죽음이라는 선물을 받아 든다. 모든 현재의 지워짐과 다가올 장래. 단 한 번도 없던 현전은 느리게 유동한다. 흩어지며, '보조를 맞춘 발걸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아무것도 아님'과 함께.


(130~135p)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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