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6)
1.
'폐허의 도시'는 기억되지 않는다. '절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망각되는 황폐한 시간. '시체로 뒤덮인 전장'은 살과 피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기 있는 대기'속에 보이지 않는 기이한 장소. 전적인 타자성은 어둠 속으로 물러나려 한다. 나쁘지 않은 캄캄함과 '불투명한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은 비로소 '그녀가 앉던 자리'에 앉는다.
2.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라는 금기 안에 보인 몸짓. 너무 오랫동안 욕망된 것은 단지 사라지길 원한다. 떨어진 채로만 가능한 괴이한 '사정(射精)'. 어둠 가운데 홀로 버려진 것은 살아있으나 무엇보다 죽어있을 뿐이다. '거의 행복'할 수 있는, 부재하는 것의 갑작스러운 임재. 한 줄기 빛은 서서히 정원을 비추며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