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5)
1.
노래 안의 침묵, '흐르는 물' 안의 눈물. 솟아오르는 독수리와 '스러지는 바람'은 느닷없이 망각된다. 철제 덧문의 천천히 녹슨 검붉은 가루. '그들의 이름'을 삼켜버린 시간은 텅 빈 장소로 무명자를 호명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엇보다 '선명한 물방울 소리'. '야릇한 이미지'를 흩어지게 하는 새로움은 돌이킬 수 없음 안에 머문다.
2.
보는 바를 인지하며, 동시에 알지 못하는. '사물의 부피감을 변화시키는 야릇한 향'은 당신의 확실성에 경고한다. 손을 대고 싶으나 만질 수 없는,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 명백하게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신비롭게 속삭인다. 진정한 사랑의 기적마저 착각이게 만드는 서글픔. 함께 있음은 결코 같이 있을 수 없음과 만날 뿐이다. 오직 보이는 대로 믿는 일이 가장 확실하다 느끼는. 무명자는 한 번도 하지 않던 말을 시작한다.
(96~1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