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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뺨을 타고 흐르는 소리 없는 복원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4)

by 김요섭



1.

'슬픔이 서린 진한 기쁨'은 홀로 머문다. 절대 고독 안에 느껴지는 한밤의 혼란스러운 소동. 고백할 수 없는 감정은 오직 '사라진 그녀'에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녀의 체취, 음색, 가느다란 여송연, 정원의 일상'. 둘 중 하나만 늙어가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살아있기에 가능할 수 없는 기이한 안김. 오직 죽음 안에서 열리는 장소는 사랑했던 것 안에 있다.


2.

기도를 넘어서는 이상한 꿈. 흐느끼며 일어나는 침묵은 홀로 감각된다. '소리 없는 복원'이기도 한 기이한 '의식(儀式)'. '과묵한 전례'는 무엇보다 세심한 주의를 요청한다. 오직 무한한 애도 가운데 도착하는 단 한 번의 '재회'. 기억을 멈추게 하는 망각은 무엇보다 '가혹한 흔적'이다. 내장 깊숙이 '도사린 고통'. 초월된 시간은 무엇보다 먼저 두 뺨을 타고 흐른다.


(9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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