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한 고요 안에 함몰되는 황혼의 음악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7)

by 김요섭



1.

모든 음이 뒤엉킨 카오스. 대각선의 빛 안에서 연주되는 황혼의 음악은 그곳에서 울려 퍼진다. '망상'이 아닌, 들을 수 없는 피아노 소리. 결코 분절되지 않는 소리는 연결되지 않고 '산산이 흩어'진다. '난파'당하며 그곳에서 '함몰'되어 버리는 이상한 멜로디. 비로소 내면의 악기는 존재와 공명한다.


2.

통제불능인 '빛의 선'의 경계. 거절당한 음악은 비로소 연주하려 한다. '춤추는 불길'의 따스한 온기와 피어오르는 기억. 공허한 책은 행복을 모조리 삼킨 '세상의 모든' 소리이다. 결코 출판될 수 없는, 오직 당신을 향한 음악. '잠 못 드는 밤'에 연주되는 감미로운 '아리에타'는 애절한 울음소리로 전달된다. '돌풍이 몰아친' 뒤의 '돌연한 고요'를 담은 날카로운 침묵.


(117~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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