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무게를 견디는 삶

니체 읽기(3), 산비탈의 나무에 대하여, 9월 9일 단상

by 김요섭


자유의 무게


높이 오른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 냉기가 가득한 그곳보다 땅의 평평함과 낮음은 미덕이 없단 말인가. 나는 지쳤다. 걸음을 멈추고 산 중턱에 앉았다. 원망스러운 얼굴로 위를 올려보았다가 다시 아래로 향한다.


자유롭고 싶었고,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험준한 산을 등반해야 하는 일은 알지 못했다. 도대체 반복하는 것이 정신의 해방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며칠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인지 평소보다 빨리 지친다. 땀으로 셔츠는 흠뻑 젖었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에 몸이 차가워지고 있다.


내려가려 일어서다가 새의 울음소리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운무 사이로 돌산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하늘을 찌르듯 솟았다.

'내가 저곳을 오르려 했단 말인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는 높은 이상을 품고 난쟁이들의 나라에 도착했다. 그의 고귀함을 칭찬하는 그들의 입속에 날카로운 독침이 숨겨져 있다. 그들의 호의에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는 고독하고 외롭다.

"당신은 왜 우리와 같지 않은가? 자 여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있다. 여기 엎드려라. 너의 쓸데없이 긴 팔과 다리, 머리는 잘려야 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어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앞선 상냥함과는 달리 그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망설이고 있는 내 옆으로 한 여자가 슬며시 와서 손을 잡아 이끈다. 그들의 근엄한 얼굴과 달리 부드러운 여자의 얼굴은 고혹적이다. 매끄러운 살결이 닿을 때, 나는 긴장이 풀린다. 고통스러운 대결을 멈추고 싶은 욕구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생각한다. 그녀와 동침을 상상하며 선뜻 침대로 향한다.


그때였다. 뒤를 따르던 난쟁이 하나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도끼로 내 등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잘린 피 묻은 날개 한쪽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비명도 지를 수 없는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 나는 잠에서 깼다. 날은 저물어 가고 노을은 피처럼 붉다. 나는 무심코 등허리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머리를 배고 누운 가방은 흩트려져 있고 그 옆으로 낯익은 책이 삐져나와 있다.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


심연에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린다. 정신은 해방은 얻었으나 그의 온몸을 적신 피는 흉터처럼 굳어버렸다. 짙은 원망의 눈빛이 검붉은 얼굴 사이로 공격적으로 표출된다.

'그의 눈은 더 순수해져야 한다. 그렇다. 나는 그대가 처한 위험을 알고 있다.'


한때 그들은 영웅이 되고자 했지만, 이제 탕아가 되었다. 그들에게 영웅은 원망과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나의 사랑과 희망을 걸고 그대에게 간절히 바라노니, 그대 영혼 속의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최고의 희망을 신성하게 간직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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