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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얼굴에서 마주치는 초월의 언어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장 뤽 낭시 읽기(14)

by 김요섭



'나는 너를 조금, 혹은 많이 사랑해라고 함은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즉 나는 너를 알고 너와 많은 것들을 함께 하게 되어 기뻐'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어조는 전체적으로 나를 향해 있지요. 하지만 '난 널 사랑해'라고 말할 때, 나는 어떠한 측량도 가늠할 수 없고, 그것이 많은지 적은 지를 말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즉 '난 널 사랑해'는 그것으로 완전합니다.' (123~124p)


우연에서 시작된 필연. 도무지 가늠할 수 없고, 판단할 수도 없는 타자는 우리와 함께 있다. 나를 향해 있으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능한 관계. 결코 완성되지 않기에 가능한 완결은, 유한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전적인 무한의 경험이 아닐까? 소유될 수 없고, 채울 수도 없는 결핍의 근원. 텅 빈 얼굴에서 마주치는 초월의 언어는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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