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순수령'의 모티브는 '맥주순수령'에서 왔다. 된장순수령(醬純粹令 Korean Jang Purity)을 주창하는 이유는 된장 만드는 기준을 정하고 널리 알려 전통장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맥주순수령(麥酒純粹令 German Beer Purity)에 대해 알아보자.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는 “맥주 제조 시에는 보리, 홉, 물만 써야 한다”는 맥주순수령을 발표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아직도 독일 내에서는 맥주순수령이 발휘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독일 맥주를 최고로 치는 원천이 아닌가 한다.
당시 양조업자들은 맥주의 양을 늘리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향초나 향신료, 과일 등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쌉싸름한 홉이 널리 사용되면서 맥주의 품질은 안정화되었다. 밀은 제빵업자들이 사수하는 재료였다. 밀이나 호밀의 사용을 금지한 것은 식량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었다고 한다.
잠깐, 우리 술을 보자. 원래 막걸리는 쌀이 주 원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밀을 사용하게 되면서 점차 사람들에게서 멀어져갔다. 맛없는 밀막걸리가 외면받는 사이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 청주는 고급주로 인식되었고 소비는늘어났다. 이제 쌀막걸리를 맘껏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다른 주류 시장으로 눈돌린 소비자를 붙잡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핵심은우리나라 전통장이다. 어떻게 하면 중국에는 없고, 일본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전통장을 고급문화로 살리고, 그것을 자손 대대로 가치있는 유산으로 남기느냐의 문제다.
2019년 1월 9일에는 좋은 일이 있었다. '장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뿐.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어떤 비전제시도 없었다. 여전히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2천여 곳의 소규모 전통장류업체들은 각자도생,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된장순수령에 들어가는 4요소
맥주순수령에 버금가는 된장순수령이 있었으면 하는 것은 오래된 바램이다. “전통장이란 콩, 메주, 천일염, 옹기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정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가?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꽤 까다로울 수 있다.
탈지대두가 아닌 국산콩, 메주는 전통식, 천일염은 간수 뺀 서해안 소금, 옹기는 1,200도 이상에서 구워 미세한 숨구멍이 있는 것 등등을 정해야 한다. 아직 전통장에 있어 중요한 숙성, 품질관리 부분은 언급도 안 했다. 아무튼 많은 업체들이 된장순수령의 필요성에 동의해야 하고, 합의해야 하고, 그것을 공표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