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른 이월, 오전 열 시쯤 눈이 소복소복 내렸다.
사무실 창문 너머 세상은 어느새 하얗게 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쌓인 눈이 괜히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점심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은 여전히 곱게 내려앉고 있었다. 나갈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눈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포근했고, 사무실 안에만 있기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모래내시장을 지나 금암도서관까지, 패딩 모자를 우산 삼아 눈을 맞으며 걸어갔다.
하늘에서 하얀 쌀가루가 새색시처럼 소복소복 내려앉았다. 어쩜 이렇게 곱게 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매서운 한겨울이었다면 도서관까지 걸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공기가 부드러워, 시장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도서관 옆에는 금암성당이 있다.
영혼의 안식처인 도서관과 성당이 나란히 붙어 있어 더욱 좋다.
성당 마당에 잠시 멈춰 서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도서관 2층에 올라 눈 내리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날씨가 따뜻해 눈은 조금 질척였지만, 내딛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겨울이 가기 전에 이렇게 고운 눈을 만나 다행이었다.
바쁜 하루 한가운데서 잠시 멈춘 시간이었다.
눈을 핑계로 사무실을 나섰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시장에서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발걸음 위로 내려앉던 눈과 성당 마당의 고요가 나의 숨을 천천히 고르게 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더 소중했다.
겨울이 다 가기 전, 곱게 내려주던 눈.
산책과 기도, 그리고 잠시의 여유는 눈이 건네준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