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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24. 2020

1991년, 그리고 “귀정 2021”

민중가요 이야기 #23

오랜만에 민중가요 이야기를 다시 쓰네요.

오늘 김귀정 열사 29주기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민중가요 이야기 세 번째 글인 "열사가 전사에게"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1991년 저는 군대에 있었습니다. 제대를 하고 나서 1993년 총학생회 문화국장을 했었는데, 그 당시 총학생회장이었던 재필이형이 김귀정 추모 사업회를 30년 가까이 이끌어 오시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저도 재필이형 곁에서 10주기, 20주기 추모제를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여느 때처럼 100명이 훌쩍 넘어 도시락이 부족했다는... 아래는 여전히 노점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와 건강 때문에 부쩍 살이 빠진 재필이형...

작년 28주기 추모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재필이형이 30주기 준비는 일찍 시작하자고 하시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나 동력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재학생들이 예전처럼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학교에 소위 운동권 학생이 1명밖에 없다고... 그래서 2018년 7월부터 모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6번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30주기 추모제의 방향과 해야 할 사업을 정하고, 준비위원회 조직을 꾸렸습니다. 다음은 어쩌다 보니 제가 쓰게 된 발문입니다.


해마다 5월 25일이면
1991년으로 돌아가 귀정이를 만납니다.
귀정이와 함께한 30년…
어느덧 새치가 머리를 덮고,
주름이 세월의 크기만큼 깊어졌습니다.

우리가 귀정이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우리가 귀정이를 만날 수 없어도,
굳이 우리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귀정이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꽃잎은 떨어져도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민주주의의 꽃 귀정이도 그렇습니다.
30년 전에도 피었고,
오늘도 피어 있고,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민주주의의 꽃으로 새로운 꽃망울을 터뜨릴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동생으로, 누이로,
그리고 벗의 모습으로 일상을 살고 있는
귀정이를 만나러 갑니다.


준비위원 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발문에 썼던 것처럼 30주기는 단지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도, 30년 전의 과거를 추억하는 자리도 아닌 2021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김귀정을 만나는 자리로 준비하고자 합니다. 아래 첨부하는 파일을 열어 "귀정, 2021"의 준비위원이 되어 주세요~


오늘 29주기 추모제에서 기억이형이 95년에 만든 김귀정 열사 추모곡을 불렀고, 전 기타 반주를 했습니다. 민중가요 중에선 흔치 않은 8분의 6박자에, 서정적이면서도 힘이 있는 이 추모곡은 어쩌면 지금에서야 더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기억이형의 노래를 들으니 역시 전 그냥 앞으로도 쭈욱~ 기타만 쳐야겠다는 생각이... ㅠㅠ
기억이형... 많은 사람들이 덕담으로 아직 목소리가 안 죽었다고 하지만, 젊었을 때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저는 세월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없지 않네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 80년대 후반 당시 민중가요는 기억이형의 노래와 음악을 담기엔 너무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시대가 그랬죠. 민중가요는 그저 시대를 반영했을 뿐...
오랜만에 기억이 형의 노래를 들으니 같이 술 마시며 음악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그립네요. 급조된 기타 반주는 어설프지만, 권기억의 노래는 아직도 들을만 합니다.

권기억이 부르는 김귀정 열사 추모곡
95년 당시 악보는 유실돼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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