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백수 채희태 Jun 02. 2022

뜬금없는 축하와 위로, 그리고...

평소 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불현듯 김수영의 시 "풀"이 떠오른다.

마치 우리가 똥을 싸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집중하듯,

시인은 우주의 맥락을 단어 하나에 욱여넣기 위해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단어를 갈고  벼려 탄생한 시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없다.


김수영이 어떤 의미로 썼든 나는 지금 

"" 이렇게 이해하려 한다.

고목이 되고자 하면 거센 바람에 

뿌리가 혀나갈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낮은 것들과 

어깨를 견주는 풀이 되고자 한다면 

바람이 지나간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삐죽 치켜든 고목이 아닌

그저 풀이 되고자 한다.


차암, 뜬금 없지만...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