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드로잉 #1. 도미노

노숙자와 행복한 가정의 도미노 라이프

by Damien We

# 왜 관찰인가에 대하여

창작면허프로젝트를 1차적으로 마치고 나니, 관심의 초점이 살짝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창작을 위해서는 결국 모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엔 인터넷만 살짝 뒤져보면 거의 모든 게 있으니까요.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명제가 좀 강화되어 가는 듯 하지만, 전 사실 동의하기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내게 보이지 않는 것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훨씬 더 와닿기 때문입니다.


루드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책을 다 버렸지만, 아직 작은 박스에 보관하는 몇 개 안 되는 제 책중의 하나입니다. 그 부부가 이야기하는 생각의 방식은 총 13가지가 있습니다.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인식/패턴형성/유추/몸으로 생각하기/감정이입/차원적 사고/모형 만들기/놀이/변형/통합] → "관찰을 잘해서 그 내용을 형상화/추상화하면 그 안에 패턴이 보이고, 그 패턴을 형상화할 수 있게 유추(몸과 마음으로 생각하기) 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고 대상의 차원이 개인의 차원이 되고, 그 생각의 모형을 만들면서 놀아보면서 변형하다가 결국 통합하면 그것이 새로운 통합결과를 가지게 된다는 거지요"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바로 '관찰'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결국 생각을 잘하려면 일단 관찰부터 잘해라인 거지요. 그래서 창작의 기본은 '관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으려면 그 대상을 상당히 세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특성뿐만이 아니라, 본질(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패턴)을 살펴봐야 하지요.


그래서 저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관찰일기'입니다.


# 무엇을 왜 관찰하는가?

어린아이들도 관심이 가면 반복해서 대상을 보거나, 놀거나 합니다. 관심이 가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 관찰하라 하는 것만큼 괴로운 게 또 있을까요? 저에게 가장 큰 관심은 '사람과 사람'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하고 놀라운 일들에 '사람은 더 이상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얼마 전 '창작면허프로젝트 펜그림 연습생의 드로잉 일기'를 POD로 출간하고 나니, 다음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더욱 고유한 방식의 창작이란 무엇일까가 머릿속에서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고요. 코로나 등의 이슈로 엄청나게 제한적인 삶을 살게 되면서, 특히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결코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혼자 돌아다니게 되고 결국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요즘 점점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명동/서울역/종로 1~5가/효자동/동부이촌동까지 모든 곳에 그들은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노숙자들의 대부분은 '혼잣말을 합니다'. 뭔가 계속 중얼거립니다. 멍하게 여기저기를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가끔 이상한 대상에 화를 냅니다. 신발을 벗고 있는 경우가 많고, 피부를 검게 그을려있습니다. 그들도 분명히 사람들 속에서 살아왔을 것이고, 어느 순간 일련의 사건을 거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포기했거나, 잃어버렸을 겁니다'. 얼마나 힘든 포기와 낙담의 지속이었을까요....


결국 제가 바라보게 되는 노숙자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다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역시 저에게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다들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정도의 설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창작일 텐데.

KakaoTalk_20200831_084751107_01.jpg 을지로 입구에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받는 한 명의 노숙자. 그는 아직 안경을 쓰고 있었다.


#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라이프는 도미노스럽다

예전부터 사람들 사이에는 벽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왔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글도 많고, 영화/애니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에반게리온의 AT필드입니다. 마음의 벽이 물리적으로 발화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거나, 늘리는 것은 모두 이 마음의 벽 아니었던가요.


사랑하면 미치도록 가까워지고, 미워지면 죽이고 싶어 지죠. 정말 미워지면 '존재를 지워버리는 경우'도 생기더이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이 '벽을 만드느냐, 허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같습니다.


이 투명해 보이기만 하던 벽이, 펜데믹으로 인해서 그 형상을 드러내는 시기가 도래한 듯합니다. 누군가는 독서를 하고, 누군가는 홈트를 하고,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거나, 밖에서 일을 합니다. 정해진 관계에서 누군가 죽어버려도, 망해나가도 단체의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는 삶이었습니다. 이게 양극화의 결과이고, 각자도생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제는 더 이상 각자도생조차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사회적 연좌제가 요즘 라이프스타일 아닐까요?'

KakaoTalk_20200831_084751107.jpg 2020년 우리들 삶의 단상. 도미노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요즘, 결국 누군가 쓰러지면 그 옆도 쓰러지는 희한한 연결고리 속에서 우린 살고 있습니다. 친구가 과연 필요한가? 밖에 나가지 않는데, 옷을 쇼핑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다는 딸내미와 대화를 하다 문득 든 우울한 현실에 대한 단상입니다.


관찰을 통하여 본질에 다가가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9월 1일 위 씨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