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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Sep 19. 2022

세개의 화살

아픔, 분노 그리고 망상

얼마전 읽은 책 중에 '붓다브레인'이라는 책이 있다. 굉장히 와닿는 원리가 있었다. 다음과 같다. 


"어두운 방안을 걷다가 지나가는 의자에 발가락을 찧었다. 발가락의 아픔이 첫번째 화살이다. ’빌어먹을 의자를 어떤 새끼가 옮겨놓은거야’ 분노라는 두번째 화살이다 ’아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아니야 그 새끼가 나한테 복수하는 것 아니야?’ 망상이다. 세번째 화살"


정말 단순한 비유다.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우리들 마음의 원리다. 의자는 우연히 거기에 있었고, 내가 걸었으며, 발가락을 찧게된거다. 길을 걷다보면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아픔은 계속 생긴다. 힘들게 옮겨온 회사의 사장이 방만한 운영을 통해 사직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술을 먹었고, 취했고, 망가져갔다. 다 살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아팠다. 많이.


새로운 대표가 취임했고, 부사장은 정치를 시작했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들 이렇게 다들 누군가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지? 왜 내가 타인의 인생까지 책임을 져야하지?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고방식이 왜 꾹꾹 눌러담아 망가지기 일보 직전의 회로판 같은 내 사고방식은 누구 탓인거지? 분노했다. 마이너스 분노라 아무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몸이 마음이 답답했다. 블랙아웃이 잦아졌고,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내는 이혼을 선고했고, 딸은 치를 떨었다. 


내 사고방식을 이렇게 만든것 같은 가족이 원망스러웠다.  화가났다. 하지만 화를 다른 방식으로 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술을 끊고 속으로 탐진치를 마치 불경마냥 외우며 침잠했다. 게임 속으로 도망갔고, 운동 속으로 도망갔다. 그 어느 의사결정에도 참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외쳤다. 난 열심히 살았다고...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아내가 해준 이야기다.

"내가 당신 열심히 사는 것은 잘 알고있어. 내가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무너져가는 당신을 보면서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싫어졌던 거야. 난 그래도 오빠가 멋있었으면 좋겠거든"


관계 설정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르게 볼 필요가 있다. 


난 열심히 해서 아내와 딸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남편, 아빠가 아니다

난 그들이 기분좋게 기댈 수 있는 멋진 남편, 아빠여야 하는 것이다. 


세개의 화살이 오늘도 쿡쿡 날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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