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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Apr 10. 2023

암자기행

앞에 사람이 없으면 외치지 않아도 되는거구나

나는 불안증이 있기 때문에 손에 식은 땀이 자주 난다. 하고 싶던 또는 맞다고 생각하던 부분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되면 불안해지거나, 분노하게 되는 내 증상 때문에 힘이 부친다. 게다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닥치게 되면 그런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사람들 살아가는 것은 왜 이리 복잡한건지, 뭐가 맞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떻게 처신을 하는 게 맞을까? 남들에게 어떤 표정을 보여야하는가? 어렵고 또 어렵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든다. 나 하나 잘 보듬고 살지도 못하면서 그 누구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나,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그런척하고, 인정받으려고, 수용되려고, 억지로 억지로 살아온지 벌써 오십년 아닌가 말이다. 머리 속이 항상 시끄럽거나, 손바닥이 축축하거나, 심박이 빨라지거나 한다. 

 



최근 아내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우리 둘은 산에 가서 정상을 보는 것보다는 조그마하더라도 암자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잘 몰랐지만 북한산만 올라가도 수 많은 절이 있다. 영추사도 굉장하고, 승가사도 엄청난 느낌이다. '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니...'라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산을 다니다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 발이 아프다. 발가락이 붓고, 발목이 시리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 아내와 간단한 복장으로 손잡고 걷는 즐거움은 꽤 크다. 아무리 머리아프고, 혼란스럽더라도 같이 걸어나가면 숨통이 트인다. 


이유가 뭘까? 

왜 사람들하고 지내면 심장이 울렁거리는데, 아내와 산을 걸으면 마음이 조용해질까? 

유투브에서 짜증스러운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머리가 아파진다.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한 동안 '건축탐구 집'을 봤다. 행복하게 은퇴한 사람들, 작지만 멋진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우리 부부의 꿈이 딱 그곳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은 괜히 편안하지 않다. 아...저런 집을 지으려면 또 대출을 받아야하나라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암자기행'을 본다. 첩첩산중에 딱 한채의 암자에 숨어들어가 마음을 닦으며 물을 깃고, 밭을 갈고, 장작을 패며, 공양을 올리는 스님들의 삶에는 그다지 거창한 꿈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현재에 집중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삶을 너무 즐기는 것도 아닌, 결핍을 느끼지도 않는 적절하게 바라보며 그 어느 것에도 치우쳐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그냥 그런거 아닐까?

누구나 다 자기가 맞고, 남은 틀리다고

내 욕구가 먼저고, 남은 나중이라고

나는 크고, 너는 작다고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고

소리높여 외쳐봐야 돌아오는 건 더 큰 외침인 게 인간관계라서 머리가 아픈걸꺼다


내가 아무리 피토하며 외쳐봐야 바람소리 정도 휘이잉하고 불어주는 게 산속이라 그게 더 편안한 걸꺼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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