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본질을 본다 02

일의 본질에는 시대상이 섞여있다.

by Damien We

내가 하는 일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나 같은 꼰대들이 젊었던 시절에는 회사에 들어오면 ‘복사’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상사의 책상을 닦아놓고, 점심 메뉴를 정하고, 야근 메뉴를 사오면서 밤을 세우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 2차 자료를 찾고, 파워포인트/엑셀/워드를 만지고, SPSS를 돌리고, 명절이면 ‘고객사 임원들의 집으로 선물 배송을 했다’.

한 4년이 지나니 존경하는 사수가 ‘지난 3년간 업계 내에서 3위 바깥에 있다가 훌륭한 마케팅 전략/브랜딩 전략으로 1위나 2위를 한 케이스를 서로 다른 산업군에서 약 4~5개 정도를 찾아서 전략적 인사이트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내일 아침 7시까지 찾아놓으라’며 11시에 퇴근을 하셨다.

한번은 하인즈 케찹에 근무하시던 통계를 모르시는 담당자분과 저녁에 3시간 정도를 세그멘테이션의 한 가지 분석 방법이었던 Factor Analysis값을 가지고 약 3시간 동안 설명을 해드렸다. 이 생활을 한 6년 정도하니 이제 어느 정도는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2006년도 부터 본격적인 현대/기아/삼성/아모레퍼시픽 등의 해외 조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수백건의 해외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어려운 건 그 복잡한 조직의 이슈와 안건 그리고 소비자에게 물어보아야할 수많은 Delicate한 질문들을 그것도 ‘영국식/미국식/인도식 영어를 섞어가며, 수준도 다 다른 Moderator에게 설명을 해주고 현지인들이 응답한 모든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한국식 리포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일을 시작할 때의 본질은 ‘숙이기’였다. 90년대는 까라면 까는 문화였다. 수 많은 케이스를 찾던 시절의 본질을 ‘체계적인 스토리텔링 만들기였다. 물론 그 스토리가 진실이던, 아니던 상관은 없었다’.


분석을 주로 하던 시절의 본질은 ‘통계적인 (통계는 사실 데이터의 축소를 통해 여러 명의 의견을 쉽게 보여주는 툴) 접근을 이해하려던 것이 핵심’이었다.


2006년도 이후 해외조사를 하면서 느낀 ‘일의 본질은 상호이해’였다. 물론 지금까지 첫 번째 느꼈던 일의 본질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해온 모든 것이 누적되어서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즉, ‘일’은 단순하지 않다. 입문 단계를 거쳐, 뭘 배워야 할 지를 알게 되고, 모르는 접근법을 시도해 보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와 함께 일을 계속 하면서 평균 80점에서 120점 사이의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위 ‘직장 내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럼 ‘전문가’가 되면, 일의 본질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일이라는 것은 ‘연구만도 아니며, 고객접대만도 아니며, 그렇다고 무의미한 생산활동도 아니다’. 솔직히 다 섞여있다. 그래서 ‘일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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